최근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재계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동네북’이 될 정도로 두드려 맞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회의다.
하지만 전경련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데 여전히 소극적이어서 이번 회장단 회의도 9월에 이어 썰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유명무실한 회장단 회의 논란
지난달에 이어 이번 회장단 회의도 참석자가 그리 많지 않을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X파일’ 사건에다 국정감사 증인 채택으로 마음고생이 심한 상태여서 국감이 끝나더라도 조기에 귀국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전경련과 등을 지고 있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회장단 회의에 참석할 계기도 찾기 어렵다.
조건호 전경련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내가 구 회장을 모셔 오려고 3번이나 찾아갔지만 예전 ‘반도체 빅딜’ 때 받은 감정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최근 해외 공장 방문 등 경영과 관련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지만 주요 그룹 총수들이 빠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오는 것을 꺼리는 듯한 분위기다.
전경련 측은 “10대 그룹 회장들이 계속 불참하면 회장단 회의가 유명무실해질까 걱정”이라며 “회장단 회의 횟수를 줄이고 4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회의를 열어 현안을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경련 역할 논란
이번 회장단 회의의 주요 의제는 11월 중순 열리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이다. 또 최근 경제 상황과 현안을 정리한 자료도 보고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나 현재 재계의 최대 현안인 삼성 문제는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삼성 문제는 예민한 사안이므로 재계 차원에서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다만 비공식적으로 회장단에서 얘기가 오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한 대기업 임원은 “다른 단체도 아니고 전경련이라면 기업들의 고민을 읽어 가면서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할 수 없는 목소리를 때로 내 줘야 하는데도 계속 정부 눈치만 보고 납작 엎드릴 경우 전경련의 역할에 대한 회의감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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