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일정 기간 한정 판매하는 고금리 금융상품인 특판(特販)예금이 돈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 자산운용회사에서 은행으로…
한국은행이 10일 내놓은 ‘9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시중자금의 움직임이 확연히 드러난다. 돈이 자산운용회사(투신운용회사 포함)에서 은행으로 옮겨갔다.
지난달 자산운용회사 자금은 12조9621억 원 줄었다. 반면 은행의 저축성예금은 10조2135억 원 증가했다.
자산운용회사를 이탈한 돈은 대부분 머니마켓펀드(MMF) 자금. 지난달 MMF는 11조5951억 원 줄어 이른바 ‘카드 위기’가 터진 2003년 3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단기 금리가 크게 오른 데다 법인세를 내기 위한 자금 수요가 겹치면서 법인들이 대거 자금을 빼낸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 값이 하락(금리 상승)하면서 채권형 펀드도 지난달 4조5409억 원 줄었다.
그러나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주식형 펀드에는 1조8000억 원가량의 자금이 새로 유입됐다.
MMF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상당 부분은 은행의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인 MMDA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MMDA는 한 달 만에 7조6335억 원 늘었다.
○ 은행 총수신 15조 원 증가
10일 국민 신한 우리 조흥 하나 SC제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총수신(원화 예수금)은 418조6070억 원으로 8월 말에 비해 14조2294억 원 증가했다.
수신 금액을 밝히지 않는 한국씨티은행과 아직 집계가 안 된 외환은행을 합치면 15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원화 예수금에는 정기예금과 단기성 수신 상품 등이 포함된다.
은행으로 돈이 몰린 데는 지난달 중순 SC제일은행이 처음 내놓은 뒤 국내 시중은행으로 확산된 특판예금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예금은 기존 예금 금리보다 1%포인트 정도 높은 연 4.5%가량의 금리가 적용된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수신이 8월 말보다 5조6316억 원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은 정기예금과 MMDA 특판을 했고 시점도 다른 시중은행보다 빨랐다.
그러나 한국금융연구원 박재하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수익성을 해치면서까지 무한정으로 금리 경쟁을 벌일 수는 없기 때문에 시중자금의 은행권 유입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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