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과 생활용품 분야에서 유통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자신하는 할인점들이 패션 의류 분야의 백화점 고객까지 끌고 오겠다는 전략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는 캐시미어, 알파카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한 의류를 올가을부터 내놓았다.
이마트 자체상표(PB) 브랜드인 ‘이베이직 블랙라벨’은 올가을 신상품으로 내놓은 캐시미어 니트가 인기를 끌면서 9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다. 가격은 7만9000∼12만9000원으로 기존 제품보다 20∼30%가량 비싸다.
이마트 죽전점에 있는 여성 캐주얼 브랜드 ‘이즐리’는 5만5000∼11만9000원대의 이탈리아 직수입 니트를 선보여 하루 평균 2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송재상 이마트 여성의류 바이어는 “패션 상품을 늘려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할인점에서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톰보이, 지오다노, 닉스, 베네통 등 백화점에서 주로 취급하던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팔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문을 연 경기 안산점에 1000평 규모의 프리미엄 아웃렛 매장을 두고 엘르스포츠, 온앤온, 피에르가르뎅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팔고 있다. 앞으로 유명 브랜드 제품을 60여 개로 늘린다는 계획.
‘면바지 3종 세트’ 등 저가 의류를 팔던 홈쇼핑 업체들도 20, 30대 여성 고객을 늘리기 위해 디자이너 및 연예인들과 손잡고 고가 의류 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GS홈쇼핑은 유명 디자이너인 정욱준 씨와 손잡고 ‘론’ 브랜드를 만들어 지난해에만 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홈쇼핑이 지난달 선보인 20만∼30만 원대 청바지는 1시간 만에 2000벌이 모두 팔렸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진혁 연구원은 “할인점은 1세대 미국 창고형 매장, 2세대 쇼핑 편의매장에 이어 3세대 고급 매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할인점 고객들이 할인점에서 싼 제품만 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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