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올렸나▼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콜금리를 올린 이유로 △올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이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우려가 있으며 △한미 간 금리역전 폭이 더 커질 수 있고 △자원배분의 선순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 가운데 한은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자원 배분의 선순환.
그동안 저금리 때문에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몰린 시중자금이 ‘거품’을 만들었고, 더욱 높은 수익을 좇는 바람에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상품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져 생산적으로 쓰이지 못했다는 것.
더욱이 가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해 가계부채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늘어난 상태다.
9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98조6392억 원으로 기업대출 잔액(271조4563억 원)보다 많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62%를 넘는 185조8780억 원에 이른다.
박 총재는 최근 시중자금이 MMF에서 은행 정기예금 등으로 몰리는 현상을 지적하며 “지난달 콜금리 인상을 시사한 뒤 자원배분의 왜곡은 이미 빠른 속도로 치유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콜금리 인상에 반대했는데도 한은이 인상을 단행한 데는 이미 콜금리 인상을 반영해 금리가 크게 뛰어오른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1분기 경제지표 살핀후 인상 가능성▼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또 콜금리를 올릴 것인지, 올린다면 시기는 언제인지에 쏠리고 있다.
박 총재는 이에 대해 “앞으로의 금리정책 방향은 금통위에서 물가, 경기,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내년까지는 경기를 부양하는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여 설령 콜금리를 추가 인상하더라도 ‘단기간에 연속적으로’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융연구원 신용상(申龍相) 거시경제팀장은 “한은이 내년 1분기 경기지표를 점검하고 난 뒤에나 한 번쯤 콜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채권시장은 콜금리 인상을 ‘이미 예견됐던 것’으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지난달 8일 이후 시장금리 급등이 지나쳤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11일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종가보다 0.04%포인트 하락한 연 4.64%를 나타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全曉贊) 수석연구원은 “시장금리는 그동안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이번 콜금리 인상을 계기로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금리의 향배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큰 흐름을 볼 때 통화정책의 방향이 이날 콜금리 인상을 계기로 바뀌어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다면 콜금리는 언제든지 인상될 수 있다는 것.
한은이 1989∼2000년 콜금리와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사이의 관계를 계산해 본 결과 콜금리가 10% 오르면 CD 금리는 7.3∼9.9%, 국고채 금리는 8.8∼9.2%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투자에 惡材… 부동산시장 더 위축될듯▼
한은은 콜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경기회복세를 꺾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총재는 “콜금리 인상이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을 검증해 본 결과 효과가 매우 미미했다”며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기조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중산층의 소비 여력이 제약을 받고 기업의 설비투자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6월 ―3.1%(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에서 7월 4.2%로 살아나는 듯했으나 8월에는 다시 ―0.9%로 떨어지는 등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은 ‘8·31 종합대책’에 이어 또 한 번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국토연구원 손경환(孫炅煥) 토지주택연구실장은 “금리 인상 폭만큼 부동산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며 “단기차익을 노리고 수억 원씩 대출받아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한 사람들은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申민榮) 연구위원은 “콜금리에 이어 시장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격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이상재(李尙在) 거시경제팀장은 “금리 상승은 금융자산이 많은 소득 상위계층과 부채가 많은 중하위층 간의 양극화를 부른다”며 “소득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게 조세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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