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개막한 ‘2005 한국전자전(KES)’에 선보인 최신 전자제품들의 최대 승부처는 ‘디자인’이었다. 제품 사이의 성능 차이가 크게 줄어들면서 ‘쓰기 편하고 멋있는지’가 소비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기 때문.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 등 모바일 제품의 다양한 디지털 융합(컨버전스), 디지털 TV의 대형화 고화질화 경향도 더욱 뚜렷해졌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신상흥 상무는 “디지털 제품의 성능 발전은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분야가 많다”며 “이제는 디자인 싸움”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자제품 디자인의 화두(話頭)는 ‘슬림(slim), 블랙(black), 광택(glossy)’이다.
제품의 종류나 가격과 관계없이 ‘윤기 나는 검은색의 얇은 제품’이 아니면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제품의 외형은 물론 내부 부품까지 이런 디자인에 맞춰 만드는 데 첨단 기술을 집중하고 있다.
전시장에 나온 디지털 TV들은 스피커를 제품 안으로 최대한 집어넣고 화면 이외의 부피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LG전자가 내놓은 초소형 패션 뮤직폰(모델명 KP4700)은 얼핏 보면 MP3 플레이어 같다.
스피커 등 MP3 관련 기능을 대폭 강화하면서 윗부분이 구부러진 목걸이형의 디자인을 선택했다. MP3 플레이어 시장을 겨냥해 디자인과 성능을 특화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제품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컨버전스 추세도 계속됐다.
언제 어디서나 TV를 보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먼저 12월 시작되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장을 노린 모바일 TV와 휴대전화, 노트북 등이 다양하게 나왔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명함 지갑 크기의 초소형 캠코더 ‘미니켓’은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녹음기 등 기존의 6가지 기능에 DMB 수신 기능을 덧붙였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크기인 102인치 PDP TV를 내놓고 디지털 TV의 대형화 추세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80인치가 가장 컸다.
고양=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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