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영]핵심기술, 없으면 떠나라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1분


그래픽 강동영 기자
그래픽 강동영 기자
“지금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기술력이 뒤떨어지면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제조기반을 갖고 있는 기업에 기술개발은 결코 버릴 수 없는 명제다.

이는 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전통산업 분야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국이 짧은 시간 안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동통신 등의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오른 것도 바로 기술력 향상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결과다.

기업이 혁신을 추진할 때 기술은 최고의 핵심요소다.

○ 기술력 바탕 신규사업 개발 못하면 퇴출

경쟁이 치열해지면 신제품의 수명 자체가 짧아진다.

선발기업이 획기적인 기술로 신제품을 내놓아도 금세 후발주자가 유사한 제품을 내놓거나 좀 더 개선된 제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제품의 개발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의 욕구를 따라잡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1980년대까지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승승장구한 수많은 기업이 사라진 것은 기업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특히 기술력이 뒷받침된 신규사업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1980년대 초 외국기업보다 뒤늦게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 20년 만에 세계 초일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 美 MS 평균 5년에 한번꼴 혁신기술 개발

일본의 캐논은 1960년대 초 레이저 연구를 위해 과학자 2명을 초빙해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떤 제품에 이들을 활용할지 구체적 방안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들을 초빙한 것은 카메라 제조회사는 정밀기계와 광학 기술에서 앞서가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경영진의 믿음이 있어서다.

이때 연구를시작한 레이저 기술은 1980년대 초 개인용 컴퓨터(PC)용 프린터로 엄청난 매출과 이익을 회사에 안겨줬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평균 5년에 한 번씩 혁신에 가까운 변화를 거듭하며 성공해온 기업으로 유명하다.

현대자동차는 1970년대 초 대우자동차 등 경쟁사가 외국합작사의 부품을 들여와 조립생산을 할 때 국내 처음으로 독자 모델인 ‘포니’를 개발해 히트시켰다. 이후에도 현대차는 독자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의 품질은 가격에 비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자체 기술개발 못할 땐 M&A 통해 확보

학계에서는 기술경영을 “엔지니어링, 과학과 경영의 원리를 연결해 기술역량을 개발하고 실행해 조직의 전략과 운영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기술경영은 일반적으로 기술의 취득과 관리, 활용 등 3단계로 구분된다.

기술은 기업이 자체적인 연구개발(R&D) 활동을 통해 얻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모든 기술을 스스로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장비업체인 시스코는 벤처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단계는 관리. 취득한 기술을 축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된 인력을 보호하는 것. 요즘에는 경쟁기업 간의 특허침해 소송이 워낙 빈발하고 있어 이를 제대로 관리해야만 힘들게 얻은 기술을 소중한 자산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3단계는 기술의 활용. 기술을 실제 제품 개발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술을 제3자에게 팔거나, 핵심기술은 보유하고 생산만 외부에 맡길 수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배종태 교수는 “기술경영은 첨단 IT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폭넓게 적용된다”며 “실패를 인정하는 창의적인 연구문화와 이를 실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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