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빈국에서 2004년 1인당 국민소득 1만3000달러로 발전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기술이다. 국내 기술경영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으로 연구관리기법이 도입된 때로부터 출발한다. 그 후 1970년대 중반 대덕연구단지가 건설되고 1980년대 민간기업 연구소와 대형 국책 연구개발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국가 및 기업 차원에서 연구관리·기술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게 된다. 기술경영문제는 기업의 핵심 부문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특히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과 기업가정신 연구도 기술경영의 중요 분야이다.
197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해 한국어에도 능통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는 “기술혁신을 잘하는 기업이 왜 종국에는 몰락하는가”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했다. 그는 ‘성공기업의 딜레마’, ‘성장과 혁신’, 미래기업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파괴적 혁신이론, 자원-과정-가치이론, 가치사슬진화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1880년대부터 1900년대 초까지 융성했던 미국 전보회사 웨스턴유니언이 전화의 등장으로 몰락한 사건, 그러나 무선전화가 등장했지만 유선전화 회사들은 공존하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비소비자를 소비자로 만들기 위해서 신규 진입자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며 기존 기업은 기술 변화를 잘 파악하고 기존 자원을 잘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밀러는 ‘4세대 연구관리’에서 기업이 영속하려면 현재의 기술, 시장, 고객을 넘어 새로운 기술, 시장, 고객의 소리를 인지하는 마케팅2 능력 (기존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은 마케팅1로 정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리학 박사인 앤드루 그로브 씨는 인텔 창업과 최고경영자(CEO) 경험을 토대로 CEO는 기술을 포함한 기업환경 변화에 편집광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기업이 살아 남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니와 GM 사례가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1970년대 이후 압축 성장한 우리의 경제 및 기술발전을 구명하는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진주, 배종태 교수가 제시한 ‘개발도상국 기술발전 총체적 모형’(1988년)과 고려대 김인수 교수의 ‘모방에서 혁신으로(Imitation to Innovation·1997년 하버드대출판부)’ 연구 결과는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1920년 5000여 개의 미국 얼음 공장들은 전기냉장고가 나오자 역사에서 사라졌다. 기업은 새로운 환경변화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 시장,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혁신(2차적 혁신)이 아닌 새로운 기술, 시장,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역량혁신(1차적 혁신)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기업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환경변화, 특히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차별적 경쟁 우위를 갖는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기 위해서 마케팅2 능력과 1차적 혁신 역량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 신호와 시대의 흐름, 특히 기술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경영자가 필요하다.
1933년 일본 산부인과 의사 미라타이 박사가 현미경을 만들기 위해 창업한 캐논이 오늘날 전자복사기, 프린터, 레이저 복사기,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광학전자제품으로 2004년 매출 333억 달러, 순이익 33억 달러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이는 현미경을 만들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정밀기계기술과 광학기술 이외에 전자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술제휴나 특허교차 방식으로 획득하여 상품화한 기술전략과 빠른 기술학습, 즉 효과적인 기술경영 결과이다.
미쓰비시의 기술을 도입해 포니를 만들던 현대자동차가 2004년 세타엔진을 개발하여 NF쏘나타를 생산하고 이 엔진 설계를 미쓰비시와 크라이슬러에 5700만 달러의 기술이전료를 받고 판매하는 성과를 올린 것은 기술혁신과 기술경영의 승리이다.
산요의 기술을 들여와 선풍기 조립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올해 16기가 메모리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지난해 순이익이 100억 달러가 넘는 우량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효과적인 기술학습과 기술경영의 산물이다.
2003년 우리나라의 기술개발비는 19조 원으로 증가하였으며 이 중 75%는 1만270개 민간 기업연구소에서 사용한 금액이다. 연구개발비를 증액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술의 획득, 관리, 활용을 다루는 전략적 기술경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일본 히토쓰바시대 경영학부에는 물리학, 전자공학 전문가가 전임교수로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기술경영은 공학, 경영학, 정책학 등 관련 분야와 밀접하게 연계된 학제적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경영대학과 공과대학에서 연구관리·기술경영에 대한 강의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과 같은 대기업들이 종업원 교육을 외부에 의뢰할 때 언제나 기술경영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에서 기술경영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현재 우리 나라 경영대학과 공과대학의 교육과정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하는 신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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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석
:파괴적 혁신 이론:
신생 기업이 성장하면서 강력한 기존 기업에 대해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간단하고 편리하며 비용이 적게
드는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래기업의 조건(Seeing What's Next)’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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