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의 몸만들기…그룹로고 교체, 계열사 잇단 정리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1분


《SK그룹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계열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인천정유 인수와 본사 사옥 매각 결정, 그룹 로고 교체 등 경영이 공격적이다. 2년간의 ‘소버린 악몽’에서 벗어나면서 기업 본연의 업무인 투자와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재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미지 마케팅을 통해 자신과 그룹 이미지를 재건한 최태원(45) SK그룹 회장이 서서히 ‘세력 확장’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경영권 강화하는 오너 일가

1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42) 부회장이 SK엔론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재원 부회장은 SK텔레콤 부사장으로 있던 지난해 분식회계 및 소버린 사태와 맞물린 ‘오너 일가 일괄 퇴진’ 방침에 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었다.

SK엔론은 SK㈜와 엔론이 1999년 50 대 50으로 합작해 만든 9개 도시가스 공급 회사의 지주회사. 7일 SK㈜가 지분을 51%로 높여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지자 최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이뤄진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와 함께 SK그룹의 분가(分家)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재원 부회장은 3월 자신이 소유하던 SK㈜ 주식 59만6132주(지분 0.47%)를 전량 매각했고 5월 SK케미칼 주식 40만2770주(지분 2.26%)를 사촌인 최창원(41) SK케미칼 부사장에게 매각해 분가에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또 최창원 부사장은 올해 들어 최재원 부회장 등에게서 SK케미칼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최태원 회장의 지분(6.84%)보다 많은 10.32%의 지분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고(故)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재원 형제와 그룹 창업주이며 최종현 회장의 형이었던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인 최신원(53·SKC 회장)-창원 형제 등 오너 일가의 개별사업 강화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분가’의 ‘ㅂ’자만 나와도 웃는다”며 “분가라기보다는 전문경영인의 길을 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최재원 부회장은 과거 소버린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사들였던 지분을 내다 판 것”이라며 “오너 일가의 분가 계획은 없다는 것이 그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 ‘선택과 집중’으로 계열사 정리

SK케미칼은 기존 유화 부문을 떼어내 SK석유화학이라는 별도 법인을 7일 설립했다. 정밀화학과 생명과학 분야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은 유화 부문을 분리해 경영실적을 높이려는 것.

SK그룹의 계열사 정리 작업은 올해 들어 본격화됐다.

4월 SK케미칼의 SK제약 흡수를 시작으로 6월에는 SK생명이 미래에셋에 팔렸으며 SK증권도 매수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SKC는 8월 2차 전지 사업을 물적 분할해 SK모바일에너지를 설립했다.

SK 측은 “성장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계열사 정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와 통신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경쟁력이 약한 사업은 계속 떼어낸다는 복안이다.

SK㈜는 올해 안에 인천정유를 인수해 SK계열사 사명(社名)으로 바꾸고 별도 법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조만간 SK㈜ 직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인천정유로 대거 이동하게 돼 그룹 내 적잖은 조직 변화도 예상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