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정부, 씀씀이 줄여라”… ‘2006 경제전망’ 발표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0분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에 대해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출 규모를 줄이지 않으려고 세율을 올리면 투자나 근로 의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부처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KDI의 지적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 “수입 줄면 씀씀이도 줄여야”

KDI는 13일 발표한 ‘200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 적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KDI 신인석(辛仁錫) 연구위원은 “세수 부족이 생겼다고 해서 세율을 올리면 투자나 노동력 공급 등 경제 주체의 경제활동 의욕을 꺾을 수 있다”며 “세수 확보를 위해서는 우선 자영업자와 전문직 종사자의 탈루 소득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징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중기(中期) 재정운용계획이 적자 누적을 예정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재정을 조심스럽게 운용해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2005∼200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안팎의 재정 적자가 발생한다.

KDI의 주장은 세수가 줄면 정부 지출도 줄여야 하며 세제를 개편하려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각종 국책사업과 사회복지 프로그램도 당초 의도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복지정책의 핵심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수급 대상자(148만여 명) 가운데 정확한 소득을 알 수 있는 사업장 취업자가 1350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면담 등을 통해 소득을 파악하고 있어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 “내수 침체 고비는 넘긴 듯”

KDI는 내년 경기가 민간소비 증가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5.0%로 올해 추정치(3.9%)보다 1.1%포인트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0.5%에서 올해는 3.5%, 내년에는 4.6%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4.6%, 내년에는 8.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부진했던 운수 장비를 중심으로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투자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따른 주택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내년에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상품 수출(물량 기준)은 세계경제 호조로 10.6% 늘어 올해(9.7% 추정)보다 증가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 실업률은 3.7%로 예측했다.

신 연구위원은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고, 세계 주요 국가의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각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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