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안에 ‘서열’있다…회장 우측엔 ‘넘버2’-좌측 ‘넘버3’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04분


《단 한 장의 사진 속에도 원칙과 서열이 있다.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함께 참가하는 주요 그룹 행사의 사진을 보면 그룹 내 서열을 짐작할 수 있다. 의전상 대개 오른쪽에 ‘넘버 2’, 왼쪽에 ‘넘버 3’가 자리 잡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행사의 성격과 지위 등을 감안해 지그재그순으로 도열해 사진을 찍는다. 주요 그룹에는 CEO들의 사진을 전담해 촬영하는 직원들이 있다. 물론 사진 전공자들이다.》

○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

주요 행사에 부인 홍라희(洪羅喜) 여사와 함께 자주 참석하는 게 특징이다.

서열상 이 회장 오른쪽에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 왼쪽에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다. 하지만 3명이 공식 석상에서 같이 모일 기회는 흔하지 않다.

가장 최근의 것이 지난해 12월 6일 찍은 사진이다. 반도체 사업 진출 30주년을 맞아 이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삼성전자의 경기 화성시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을 때다.

반도체 사업 30주년이라는 특별한 의미였기 때문에 이 회장의 오른쪽에 호스트 격인 황창규(黃昌圭)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이 자리했고 홍 여사가 왼쪽에 섰다.

다음에는 의전 순서대로 이 본부장이 오른쪽, 윤 부회장이 왼쪽에 위치했다(사진).

○ 현대자동차 정몽구(鄭夢九) 회장

정 회장은 실세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부회장단이 있지만 2인자의 개념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주요 행사에서 임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거의 없다. 행사의 성격에 따라 외부 인사들과 자리를 함께해 포즈를 취하는 게 대부분이다.

5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 준공 기념식에서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 홍석현(洪錫炫) 전 주미 대사, 밥 라일리 앨라배마 주지사 등이 좌우에 섰다(사진).

14년간 그의 사진촬영을 담당해 온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있는 모습 그대로를 찍으려고 노력한다”며 “하지만 공식행사에서는 회장님의 모습이 자연스러워도 다른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어색하면 안 되기 때문에 좋은 순간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LG 구본무(具本茂) 회장

행사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외빈이 초청되지 않는 회사 내 행사의 순서는 같다.

회장을 중심으로 오른편으로는 강유식(姜庾植) ㈜LG 부회장과 이수호(李秀浩) LG상사 부회장이 위치한다.

왼편으로는 김쌍수(金雙秀) LG전자 부회장과 구본준(具本俊) LG필립스LCD 부회장이 나란히 한다.

의전 서열은 오른쪽-왼쪽-오른쪽-왼쪽의 지그재그순이다. 강유식-김쌍수-이수호-구본준 부회장 순서라는 얘기다.

올해 초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가진 새해 인사모임이 이를 잘 보여 준다(사진).

○ SK 최태원(崔泰源) 회장

최 회장은 딱딱한 위계질서를 싫어한다. 계열사 사장단 모임인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에서도 사장들과 자유롭게 토의하는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의전 서열은 있다. SK그룹은 회사의 규모, 지분 관계 등을 고려해 CEO 스탠딩 순서를 내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7월 열린 SKC&C의 U-타워 입주식처럼 부회장단이 대거 참석할 때는 회장-부회장-사장 순으로 도열한다(사진).

하지만 회장을 중심으로 SK텔레콤의 조정남(趙政男) 부회장이 오른쪽에 서고 주력계열사인 SK㈜의 신헌철(申憲澈·오른쪽) 사장이 왼쪽에 설 때가 많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