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집 부근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브런치(brunch·늦은 아침식사)를 먹고 오페라 공연을 본다. 이후 명상센터에서 기(氣)체조로 피로를 풀고 다음 주를 구상한다.
해외 출장은 2주에 한 번꼴. 외국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매주 중국어 강사를 사무실로 불러 2시간 동안 배운다.
매일 아침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부인과 매년 2차례 종합병원을 찾아 주치의에게 건강 검진을 받는다.
국내 최상류층의 삶을 일반화한 모습이다.
본보는 현대카드와 공동으로 초(超)VIP 고객만 가입할 수 있는 블랙카드 회원들의 6∼8월 신용카드 소비 명세를 통해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했다.
블랙카드는 연회비 100만 원에 월 사용한도가 1억 원인 신용카드. 연 매출 300억 원 이상인 상장회사 오너나 대형 법률회사의 대표 변호사, 정치인, 교육재단 이사장, 유명 의사, 문화계 인사 등이 주요 회원이다.
회원이 1000명 정도에 불과해 전 국민의 0.002%에 해당한다.
○ 대한민국 ‘0.002%’의 소비 행태는…
블랙카드 회원들은 이 카드로 월평균 900만 원을 쓴다. 현대카드 일반 회원들이 카드로 월평균 70만 원을 쓰는 것과 비교하면 12배를 넘는다.
이들은 할인매장보다는 백화점을 선호하고 해외여행과 골프 관련 지출이 많다.
하나은행 웰스매니저 이만수 부장은 “이들이 주로 만나는 사람도 상류층이기 때문에 좋은 옷을 입고 식사도 주로 고급 호텔에서 한다”며 “그러나 자신 스스로 즐길 때나 편한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생각만큼 많은 돈을 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 역시 건강이 으뜸
블랙카드 회원들은 건강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지출을 살펴보면 골프장 비용이 전체 카드 사용액의 10.9%로 가장 많았다. 골프 관련 지출은 단순 오락 또는 사교를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들은 건강을 고려한 운동으로 본다는 게 현대카드 측의 분석이다.
이 밖에 의료기기 구입(8위), 약국(11위), 종합병원(12위) 등 건강 관련 지출이 상위에 올랐다. 식사는 주로 특1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라, 하얏트, 인터컨티넨탈이 주로 찾는 호텔이다. 한정식 식당도 많이 이용한다.
백화점 가운데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매장에서 쓰는 돈이 가장 많았다.
일반회원의 온라인 쇼핑몰 지출은 7위로 상위에 올랐지만 블랙카드 회원의 온라인 쇼핑몰 지출은 50위권이었다.
○ 해외 소비는 여행과 자녀 유학경비
비행기 티켓 구입이 전체 업종별 지출에서 3위에 오를 정도로 블랙카드 회원들은 해외여행(또는 출장)을 많이 한다. 여행 국가는 미국 홍콩 일본의 순.
해외 소비 가운데 대학 등록금 지출이 4.2%로 5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한 시중은행 VIP 담당자는 “거액 자산가의 70% 이상이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고 있거나 이미 유학시킨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서울여대에서 ‘부자학’ 강의를 하는 한동철(경영학과) 교수는 “일반 부자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건강과 자녀 교육”이라며 “블랙카드 회원 같은 이른바 ‘성공한 부자’들의 소비에서도 같은 현상을 읽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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