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29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지난해 수요가 크게 감소한 데 이어 올해에도 경기침체와 ‘8·31 부동산 종합대책’의 후유증으로 휘청대고 있다. 값싼 중국산 제품의 수입 급증과 유연탄 값 급증도 악재로 꼽힌다.
주요 고객인 건설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동반 침체의 늪에 빠진 시멘트업계에서는 “이러다 말라 죽겠다”는 비명이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 때만큼 어렵다”
시멘트업계는 2003년의 호황을 정점으로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당시 태풍 ‘매미’로 막대한 피해를 본 영동지역에서 복구 작업으로 시멘트 수요가 급증한 덕에 2003년 생산량은 6000만 t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해 10월 29일 나온 부동산대책으로 건설업계가 위축되면서 이듬해인 지난해부터 수요가 줄기 시작했다.
작년 국내 생산량은 5433만 t으로 1년 전보다 8%가량 줄었다. 이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는 3486만 t의 생산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3% 감소했다.
계절적인 요인 때문에 1분기(1∼3월)는 조금 부진하고 2분기(4∼6월)나 3분기(7∼9월)에는 살아나는 게 정상적인 흐름인데 올해는 2, 3분기에도 수요가 늘지 않는다는 것.
이런 추세라면 올해 국내 생산량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수준(4700만 t)에 그칠 것이라는 게 시멘트업계의 전망이다.
성신양회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이 제대로 이뤄질 거라는 확신이 없으니 건설업 쪽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건설경기가 후퇴하고 있으니 시멘트 수요가 생기겠느냐”며 답답해했다.
이에 따라 국내 시멘트업체들의 실적은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시멘트업계의 ‘빅3’인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성신양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10% 이상씩 매출이 줄었다.
○중국 제품 수입에 유연탄 값 급등까지…
국내 시멘트업계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건설경기 침체만이 아니다.
값싼 중국 시멘트는 최근 밀물처럼 들어오고 있다. 2000년 51만 t이었던 시멘트 수입은 지난해 339만 t으로 불과 4년 사이에 약 6배로 증가했다. 수입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한국산 시멘트 가격은 t당 6만3000원가량이지만 중국산은 1만 원 이상 싸다.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중소 건설업체들은 품질은 떨어지더라도 값싼 중국산을 찾고 있다.
시멘트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유연탄 값도 2003년 t당 28달러에서 지난해 57달러로 뛰었다. 시멘트는 원료인 석회석을 1400도 이상의 고열에서 구워야 하는데, 가열에 필요한 연료가 유연탄이다.
유연탄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시멘트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뜀으로써 한층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덤프연대 화물연대 레미콘노조의 연대 파업 움직임까지 시멘트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2003년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시멘트 운송이 제대로 안돼 하루 평균 100억 원의 손해를 본 아픈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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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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