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7∼12월) 이후 올해 상반기(1∼6월)까지 ‘묻지마 투자자가 넘친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과열됐던 시장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인기 상품도 바뀌고 있다. 그동안 경매시장의 블루칩으로 통했던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대신 서울 강북지역의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이 각광을 받고 있다.
행정도시 등 정부가 주도하는 굵직굵직한 개발사업으로 투자자들의 구애를 받고 있는 토지 중에서도 8·31대책의 타깃이 된 나대지가 속한 대지는 인기가 눈에 띄게 식고 있다.
경매 전문가들은 “갈수록 법원 경매 상품도 차별화가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확실한 개발재료를 갖춘 지역과 종목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 아파트 지고, 강북 연립 다세대 뜬다
8·31대책 이후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23일 법원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강남 송파 서초구 등 ‘강남 3인방’의 월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4∼9월 90%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이달 들어서는 19일 현재 70%대로 뚝 떨어졌다.
특히 송파구는 98.8%에서 68.8%로 30%포인트 하락했고 강남구는 103.1%에서 77.9%로, 서초구는 90.2%에서 80.1%로 각각 내려갔다.
3개 구의 평균 응찰자 수도 9월 5.7명에서 이달 들어서는 4.2명으로 크게 줄었다.
덩달아 낙찰률(집행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도 9월 51.4%에서 이달에는 29.5%로 낮아졌다.
반면 그동안 환금성과 투자수익률이 아파트에 비해 떨어진다는 이유로 철저히 외면 받았던 강북지역의 연립과 다세대주택 등의 인기는 오르고 있다.
8·31대책 이후 연초 70%대에 머물던 낙찰가율은 80%대로, 20%대였던 낙찰률은 40%대로 10∼20%포인트 상승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특히 성북구 단독주택은 지난달 낙찰가율이 100%를 넘기도 했다”며 “강남은 8·31대책의 타깃이 되고 있는 반면 강북은 뉴타운으로 수혜가 기대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토지는 여전히 강세
토지는 9월 전국의 평균 낙찰가율이 100%에 육박할 정도로 뜨거웠다.
이달 들어서는 91%로 열기가 조금 주춤해진 분위기지만 아파트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농지는 지난달 평균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섰고, 이달에도 99.7%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만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어나는 나대지 탓에 대지의 낙찰가율은 9월 75.3%에서 63.7%로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처럼 경매시장에서 토지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일반 토지거래에서는 1년 동안 토지가 소재한 지역의 시군구에 거주하고 자금 조달 계획도 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원 경매를 통하면 이런 절차가 필요 없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라도 전매제한 조치(2∼5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태인컨설팅 이영진 부장은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과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계속 추진되고 있어 경매시장에서 토지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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