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기업까지 “출산 장려하자”
생활용품업체인 한국 P&G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사무실. 푹신한 소파와 공기 청정기를 갖춘 7평 규모의 ‘엄마의 방(Mother's Room)’이라는 휴게실이 7월에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모유를 짜 보관했다가 퇴근 후 가져갈 수 있도록 냉장고 및 살균 소독기가 비치돼 있다. 임신 7개월째인 마케팅팀의 김선영 대리는 “몸이 무겁고 졸릴 때 ‘엄마의 방’을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계 건설사업관리 회사인 한미파슨스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녀 수에 상관없이 아이를 출산할 때마다 50만 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한다. 최근에는 임직원 자녀의 학자금 지원 대상도 무제한으로 확대했다.
한국IBM은 8월부터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1주일에 3일까지 집에서 일할 수 있어 자녀를 둔 여직원이 자주 이용한다. 미국계 제약회사인 MSD는 출산한 여직원이 1년 동안 다른 직원보다 1시간 먼저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승무원들에게 7개월가량의 산전(産前) 휴직을 보장한다.
직장 안에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기업도 늘었다. SKC&C는 8월 완공된 경기 성남시 분당 본사(U타워)에 80여 평 규모의 유아보육시설인 ‘늘 푸른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포스코는 내년 1월까지 경북 포항시와 전남 광양시에 각각 300평 규모의 보육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 “국가가 근본대책 마련해야”
금융기관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이다. 은행연합회와 금융산업노조는 불임(不姙) 여성들이 최대 1년간 무급휴직을 하고 치료를 받는 ‘불임휴직제’를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은 고객이 자녀를 출산할 때 기본금리 연 3.0%에다 0.75%의 보너스 금리를 더해 주는 ‘사랑의 약속예금’을 8월부터 판매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여성 전용 ‘미인통장’을 내놓았다. 가입 기간에 자녀를 낳은 정기예금 고객에게 연 0.1%의 금리우대 혜택을 주고 태어난 자녀 이름으로 1472(‘일사천리’의 뜻)원을 납입한 적금통장을 준다.
대한상공회의소 산업환경팀 김기태 차장은 “기업들이 출산 유도에 앞장서는 것은 복리 후생을 강화해 업무 집중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업의 출산 장려책이 일시적인 방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노동복지팀장 조성하 상무는 “휴가 일수를 늘리거나 보육시설 운영, 출산비를 보조하는 정도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덜 낳는 게 편하다는 의식을 바꿀 수 있도록 국가가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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