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임원 평가야? 박사논문 평가야?

  • 입력 2005년 10월 25일 03시 16분


《“기업에서 최적 자본구조(optimal capital structure)라는 게 존재할까요?” “SK는 타인자본(부채)과 자기자본을 어떻게 배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요?” “그룹 간판회사인 SK㈜가 떠안고 있는 타인자본에 대한 위험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경영학 박사과정 논술시험이 아니다. 입사를 위한 신입사원 인터뷰는 더욱 아니다. 대학교수들이 SK그룹 임원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질문 중 일부이다. 임원들은 이런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SK그룹은 지난달부터 경영학 분야 대학교수 20여 명을 평가단으로 구성해 9월부터 300여 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구두(口頭)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시험을 보는 것은 임원들의 자유다. 구속이나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 후보자를 선발하기 위한 포석도 담겨 있다. 한 임원은 “‘기업의 별’인 임원이 됐다고 자기계발을 등한시하지 말고 일과 지식으로 승부하라는 최고경영진의 인재 육성 철학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 분야는 모두 5개. 전략기획 재무관리 인사관리 마케팅 분야 등 경영학 핵심 분야 4개와 어학이다. 어학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포함돼 있다.

임원들이 테스트 받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 시험을 보겠다고 지원하면 매주 금요일 SK그룹 본사에서 교수들과 2시간가량 심층 인터뷰를 한다. 교수 2, 3명이 집중적으로 질문하고 임원들이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원 자격은 분야별로 기초 코스를 이수한 임원들에 한해서다.

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그룹의 큰 사업계획 방향을 묻는 전략기획 분야와 인재 육성 지침과 방향을 토론하는 인사관리 분야도 있다. 회사 제품을 잘 팔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인터뷰에 포함된다.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와 상관없는 과목도 테스트 받을 수 있다.

SK㈜ 이만우 상무는 “임원이 되면 자기가 맡고 있는 분야만 보지 말고 CEO의 관점에서 경영의 전체 흐름을 짚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룹에선 임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수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인사기록 카드’엔 남는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임원들은 한 해에 1000만 원까지 교육훈련비용으로 쓸 수 있다. 외국어 교육이나 국내 및 해외연수 등에 사용할 수 있다.

SK그룹 인사팀 김태진 상무는 “고위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맡는 조직과 인력이 많아지면서 리더십 역량과 직무역량 계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후에는 테스트 결과를 통보받고 교수들과 함께 세미나에 참여해 경영 관련 주제로 토론하는 기회도 갖게 된다.

교수들도 도움을 받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임원은 “평가자인 교수들이 임원 인터뷰를 한 뒤 ‘경영학의 실전 케이스와 관련해 우리도 몰랐던 것을 배워 간다’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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