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회장 사임…두산그룹 앞날은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4분


박용성(朴容晟)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발표를 앞두고 회장 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오너 중심의 두산그룹 지배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경영권을 둘러싸고 형인 박용오(朴容旿) 전 두산그룹 회장과 ‘형제간 진흙탕 싸움’을 벌여 온 박 회장이 사태 수습을 위해 오너 일가의 경영 일선 후퇴라는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두산그룹의 진로는 안개 속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다른 대기업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 박 회장 왜 사퇴했나

두산그룹 경영의 핵심인 박 회장과 동생인 박용만(朴容晩) 부회장의 동반 사퇴는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하면서 그룹 안팎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발표 전에 전격 사퇴한 것으로 미루어 검찰 수사과정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압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회장 직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안다”며 “다만 시기를 저울질하다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사법처리가 임박하면서 비자금 조성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 자성(自省)의 신호를 먼저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거침없는 언행으로 재계의 대변인 역할을 하던 박 회장이 정작 집안 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도덕성에 치명타를 맞은 상황에서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직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지배구조 개편 급물살 탈 전망

박 회장 형제의 동반 사퇴는 두산그룹 지배구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일단 유병택(柳秉宅) ㈜두산 부회장을 주축으로 사장단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만들어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맡긴 것은 결국 전문경영인 체제로 그룹을 이끌고 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대신 대주주로서의 역할만 하겠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비상경영위원회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실추된 그룹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오너 일가들이 지주회사인 ㈜두산의 대주주라는 것과 ㈜두산이 순환출자 방식으로 계열사를 지배해 온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과제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41.43%를 보유하고 있고,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 두산산업개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메카텍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박 회장 등 오너 일가는 ㈜두산의 최대 주주가 되는 것만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했다.

두산그룹 측은 “두산그룹 지배구조를 LG처럼 지주회사로 바꾸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장 적합한 모델은 SK처럼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강화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이날 박 회장 사퇴로 공석이 된 대한상의 회장을 뽑기 위해 22일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회장의 임기는 박 회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3월까지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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