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장단기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콜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총재는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현재와 같은 연 3.5%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까지는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을 쓰겠지만 그 강도를 점차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기 회복을 돕기 위해 저금리정책을 유지하겠지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속도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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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 “조만간 발표될 한은의 2006년 경제전망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1분기(1∼3월) 중에 적어도 콜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총재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 이유로 우선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를 들었다. 특히 미국 정책 금리가 계속 올라 내년 상반기(1∼6월) 중 콜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아지면 국제 자본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럴 징조가 있으면 미리 대응하겠다는 것.
이 밖에 시중자금의 단기화 등 저금리에 따른 자원 배분 왜곡 현상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고 고유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도 거론했다.
박 총재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은 2.8%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안정, 농산물 가격의 이례적 안정 등의 덕을 본 것으로 내년에는 3% 이상의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 금리 오름세에 대해서는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비정상적인 힘의 개입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연 5.15%까지 올라 콜금리와의 격차가 1.65%포인트로 벌어진 데 대해 “현 금리 수준은 콜금리를 적어도 3차례 올릴 것을 반영했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했다.
박 총재의 경고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올라 연중 최고치인 연 5.16%로 거래를 마쳤다.
미래에셋증권 류승선 선임연구원은 “금리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시장 참가자들도 공감하지만 이보다는 콜금리 추가 인상 의지를 확인한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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