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계산대마다 3, 4명씩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가운데에 있는 무인(無人) 계산대 4곳은 텅 비어 있었다.
할인점들이 ‘고객은 대기 시간을, 업체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8월부터 설치하기 시작한 무인계산대가 정작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주부 김혜숙(34·서울 용산구 도원동) 씨는 “우유, 햄 등 4개 품목 1만 원어치를 무인계산대에서 계산했지만 절차가 번거롭고 시간도 더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용 절차가 번거롭다
무인계산대 옆에는 저울이 달려 있다. 고객은 구입한 물건의 바코드를 무인계산대의 스캐너에 갖다 댄 뒤 저울에 올려 놓고 무게를 재야 한다.
무인계산대에는 판매 품목의 가격과 무게가 입력돼 있어 고객의 구매 품목마다 일일이 가격을 계산해야 한다. 가격과 무게가 입력된 정보와 일치해야 계산이 끝난다. 바코드를 스캐너에만 대고 저울에 무게를 달지 않으면 무인계산대 화면에 ‘에러’ 표시가 뜬다.
이날 무인계산대를 이용한 고객 가운데 에러 표시가 뜨고 계산 절차가 중단돼 당황하는 모습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대부분 무게를 재는 것을 깜빡 잊고 계산을 끝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의류 신발 음반 등 ‘도난 방지 태그’가 붙어 있는 제품의 무인 계산도 쉽지 않았다.
이마트에서는 고객이 직접 도난방지 태그를 떼고 계산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고객이 태그 제거에 애를 먹었다.
이마트의 무인계산대 담당 도우미는 “도우미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 태그를 대신 떼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아직은 테스트 중
미국 월마트는 전체 계산대의 약 50%, 영국 테스코는 약 30%를 무인계산대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인점들은 “무인계산대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비용을 줄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사용을 꺼리자 무인계산대의 장점만을 홍보하던 할인점들은 머쓱한 표정이다.
홈플러스 김주철 IS운영팀장은 “연말까지 고객 반응을 지켜본 뒤 필요한 기능을 보완하겠다”며 “내년에는 무인계산대 설치 점포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공근노 시스템팀장은 “상품 결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무인계산대가 전적으로 계산원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규격화된 공산품 계산은 무인계산대만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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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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