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장님이시라고요?”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GM대우차 고객센터에 문의전화를 건 고객들은 일일 상담원으로 나선 이 회사 라일리(56) 사장의 안내를 받자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였다.
라일리 사장은 헤드폰을 끼고 동시통역의 도움을 받으며 고객 문의에 일일이 답변했다.
보증수리기간이 지난 ‘누비라’ 차량의 정비를 요구하던 한 고객은 “보증기간은 법적으로 정해 있지만 관련 부서와 협의해 해결책을 찾겠다”는 말을 직접 듣자 화를 누그러뜨리고 전화를 끊었다.
최근 주한 외국기업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현장체험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현지 사정에 어두운 약점을 보완하고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루카스(47) 진로 발렌타인스 사장은 서울과 지방 가릴 것 없이 다니며 유흥업소 사장과 주류 도·소매상들의 각종 경조사를 일일이 챙긴다. 상가에서 큰절로 문상을 하고, 고사상에 오른 돼지머리에 돈도 꽂는다.
그는 2001년 한국 시장에서 ‘발렌타인 17년’ 500mL를 내놓아 크게 성공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750mL 규격 사이즈였던 이 술의 용량을 파격적으로 줄이게 된 건 한국 소비자들과의 꾸준한 접촉을 통해 한국인이 500mL 술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됐기 때문.
![]() |
조제프 흘라박(44) 하이네켄코리아 사장도 매주 10곳 이상의 서울시내 술집에 드나든다.
“현장을 다니면서 한국에는 술을 즐기는 문화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게임도 하고 폭탄주도 마시고…. 1, 2, 3차 장소마다 술 종류를 바꾸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현장 직원들과 수시로 e메일을 주고받는 그는 “리서치 자료만으로는 소비자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사무실에 앉아 고민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손님들과 대화하는 것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베티 드비타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마크 브라우닝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신탁운용 사장 등 외국인 CEO 10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 서울 레스토랑에서 일일 웨이터 체험을 하며 서비스 경영을 실천했다.
브라우닝 사장은 이 자리에서 “음식 서빙과 회사 경영은 일정한 매뉴얼을 따라 고객을 최대한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