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이상 예금자 어느 은행에 돈 맡기나 봤더니

  • 입력 2005년 11월 22일 03시 09분


《부자 고객이 은행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한국의 현금 부자들은 어느 은행을 선호할까. 본보가 14개 은행(8개 시중은행, 5개 지방은행, HSBC)에 현금 10억 원 이상을 예치한 고객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하나은행이 가장 많은 부자 고객과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11월 21일자 A1·4·5면 참조

고객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물론 골프 초청, 자녀 맞선 등 부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도 치열하다.》

○ 부자 3명 중 1명은 하나은행 고객

하나은행은 10억 원 이상을 한 은행에 예치한 전국의 현금 부자 1만2758명 가운데 33.3%인 4253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부자 3명 가운데 1명이 하나은행에 돈을 맡기고 있는 것.

하나은행은 서울에서만 현금 부자 2898명과 거래하고 있다. 나머지 13개 은행은 개별 은행 기준으로 전국의 현금 부자 고객을 합쳐도 이보다 적다.

하나은행에 부자 고객이 많은 이유는 한국투자금융이 1991년 은행으로 바뀐 뒤에도 고객이 거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 당시 한국투자금융은 은행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줘 거액을 맡긴 고객이 많았다.

하나은행은 이들을 위해 1995년 국내 처음으로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을 시작했다. 다른 은행보다 5년 이상 빠른 시점이다.

서울에서 하나은행이 1위에 오르지 못한 곳은 중구뿐이었다. 이곳에서는 신한은행이 1위, 한국씨티은행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씨티은행과 HSBC는 서울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 전통의 힘 보여 주는 조흥은행

조흥은행은 10억 원 이상 예치한 고객이 256명으로 8개 시중은행 중 가장 적다. 그러나 1인당 예금액은 평균 36억 원으로 조사 대상 14개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최근 합병 문제로 일부 고객을 잃었지만 100년 이상 영업해 온 ‘전통의 힘’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조흥은행 일부 고객은 엄청난 거액을 맡기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선 총 7명이 744억3000만 원을 맡겨 1인당 예치금액이 100억 원을 넘었다. 경북과 충북지역 고객도 1인당 100억 원 이상의 돈을 맡기고 있다.

제주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텃밭’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8개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은행 다음으로 국민은행이 지방에서 강세를 보였다.

부산에선 전통의 부자들은 부산은행을, 신흥 부자들은 서울에 본점을 둔 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부산은행은 신흥 부촌인 해운대구에서 단 1명의 부자 고객을 확보한 반면 동래구, 동구, 기장군 등에선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시중은행 현금 부자 고객 현황
은행 고객(명)
국민은행2,525
신한은행1,887
외환은행524
우리은행1,152
조흥은행256
하나은행4,253
한국씨티은행980
SC제일은행484
합계12,061
지방 은행과 HSBC는 해당 은행의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음.

○ 부자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

의사 최모(48) 씨는 지난주 서울 종로구에 있는 5층 빌딩 관리를 하나은행에 맡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3년 전 100억 원대 빌딩을 물려받은 최 씨는 건물 수리 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임차인들이 전화를 걸어와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나은행은 월 200만 원을 받고 고객인 최 씨의 건물 관리를 대신해 주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PB 고객 자녀 60명을 초청해 맞선 파티를 주선했다. 신한은행에 10억 원 이상을 예치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지만 단 하루 만에 마감됐다.

조흥은행은 해외에서 치료 받기를 원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의 국내 진료기록을 번역해 외국의 유명한 병원에 보내는 절차를 대신해 준다. 최근 이 서비스를 통해 미국에서 당뇨병 치료를 받게 된 고객은 다른 은행에 있던 20억 원을 빼내 조흥은행에 맡겼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