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은 하루 유동인구가 2만 명쯤 되면 덥석 계약부터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유동인구에 속으면 안 됩니다.”(훼미리마트 민승배 과장·35)
“수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대신 얼마나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을지를 살펴야죠.”(GS리테일 장준수 과장·36)
민 과장과 장 과장은 ‘상가를 보는 안목’이 있다. 이들은 ‘어디서 장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상가 보는 눈은 자영업자와 상가 투자자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개발5팀장인 장 과장과 훼미리마트 영업1본부 강남개발팀 민 과장은 상가만 10년 이상 보러 다닌 점포개발 전문가다. 1995년부터 편의점 입지 개발에 나선 이들이 그동안 개설한 점포만도 각각 250개와 210개에 이른다.
○ ‘대박 입지를 찾아라’
18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한 지하철역 인근 상가. 장 과장은 과일가게를 가리키며 편의점 자리로 좋은 입지라고 귀띔했다.
“뒤쪽으로 840가구의 아파트 단지가 있고, 주민들은 과일가게 앞을 지나 지하철을 이용하죠. 이런 자리는 상가로 적합해 ‘호리병 입구’ 입지로 불립니다.”
편의점이 들어설 만한 자리에는 제과점, 아이스크림 전문점, 문구점 등이 들어서도 좋다는 것이 장 과장의 설명.
그는 편의점이나 제과점은 유동인구의 동선(動腺) 파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 시간 등 하루 3차례 정도는 주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 큰 골목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동인구가 많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면 인근 고층 건물 옥상에 올라가 둘러보면 된다.
장 과장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 많은 주택가에 편의점 점포를 내 성공시키기도 했다. 낮에는 매출이 적더라도 오전 3∼4시 발생하는 매출로만 충분히 수익을 냈다는 것이다. 시간대별 동선을 놓치지 않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민 과장은 상권 반경 안에 있는 가구 수를 강조했다. 정확한 가구 수 파악을 위해 전기계량기, 수도계량기, 우편함을 일일이 세고 다닌다. 밤에 이런 조사를 하다가 오해를 받아 지구대(파출소)에 끌려간 적도 있다.
장 과장과 민 과장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상가의 변화를 제대로 살필 수 없기 때문. 지방 출장을 갈 때도 일부러 국도를 이용한다. 한 곳이라도 상가를 더 보기 위해서다.
○ 상가 분양 가격 조심해야
상가 분양업자들은 대부분 임대수익을 부풀려 말한다. 팔고 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가 가격은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계약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 과장은 “작년 이맘때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300만∼400만 원(전용면적 15∼20평)이던 경기 용인시 죽전지구 상가가 지금은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200만∼250만 원으로 떨어졌다”며 “수익이 나지 않는 상가는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 과장은 “지은 지 2년 정도 지난 상가는 임대료가 시장가격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를 낼 위험은 적다”고 지적했다.
초보 상인들이 상가를 고를 때 현혹되기 쉬운 것이 유동인구다.
민 과장은 “유동인구 중 ‘진짜 고객’은 많아야 2% 정도”라며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수익성이 나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모두 “계약하기 전에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로 장사를 하는 점포를 찾아 매출액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과장-민 과장의 상가 고르는 요령▼
-인근 점포를 방문해 묻고 조사해라.
-유동인구의 주 동선을 파악해라.
-주민이 주 고객이어야 매출이 많아진다.
-경쟁점포 분석에 신경 써라.
-앞으로의 상권 변화를 미리 그려 봐라.
-유동인구에 속지 마라.
-빌딩 입주기업도 체크해라. 영업사원이 많으면 낮에 비어 있는 곳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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