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플라자]현장에서/개인투자자 성공하려면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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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아내가 ‘변액 유니버설 보험’에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상품인 걸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더군요.” 세상 물정 모르는 신혼부부의 실수담이 아니다. 증권업계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투자 전문가의 사례다.

그는 부인에게 ‘운용회사가 어딘지 확인했느냐’ ‘장기 상품인데 수수료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보았느냐’고 묻다가 가슴이 답답해져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평생 고객들에게 투자 방법을 조언했는데 정작 저와 가장 가까운 아내가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은 겁니다. 늘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이 함께 사는데도 실전에서는 잊어버리게 되나 봐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과연 그렇게 필요한 내용을 모두 꼼꼼히 챙기고 확인한 다음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도 수수료 체계를 정확히 따져보지 않은 채 펀드에 가입한 경험이 있다.

몰라서 미처 살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를 상대하는 금융회사 창구에서 만족스러운 안내를 받기란 쉽지 않다. 투자 상담 전문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최근 사석에서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사업의 초점을 자산운용업에 맞추려고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좀처럼 쓸 만한 인력을 찾을 수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투자자 자신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투자 계약서에 서명하기에 앞서 당연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을 소홀히 여긴다. 모든 계약서의 요지는 ‘필요한 설명을 들었으며,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냉정한 내용이다.

투자의 기본기를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개인투자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교육장에서는 머리를 끄덕이다가도 실전에서 잊어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불량품을 파는 데 따른 1차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지만 현명한 소비자는 불량품을 사지 않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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