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0000036 확률 무서워 과태료?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1분


소방방재청이 엔진을 끄지 않은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경우 주유사업자(위험물 취급자)에게 최고 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하자 주유사업자가 반발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고객이 엔진 정지 요청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과태료 부과는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했다.

소방방재청은 “단속을 연기할 수는 있어도 안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주유소에서 단속할 경우 마찰이 예상된다.

▽양측 입장=소방방재청은 지난달 14일 “엔진을 정지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주유할 경우 휘발유 유증기에 의한 폭발사고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며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강력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하루에 주유하는 자동차 340만여 대 가운데 22%인 76만여 대가 엔진을 끄지 않은 채 주유한다.

그러나 주유소협회는 엔진 정지의 책임을 주유업자에게만 묻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고객이 엔진 정지를 거부하면 기름을 넣어 주지 말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주장이다.

특히 냉동화물차나 디젤차의 경우 엔진을 갑자기 정지시키면 화물이나 엔진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 고객에게 일률적으로 엔진을 끄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는 것.

주유업자들은 엔진을 정지시키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원동기를 정지하도록 주지시키는 것’으로 완화하고 단속도 처벌보다 계도 위주로 하도록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재 가능성은 얼마?=지난해 전국 주유소 1만2000여 곳에서 정전기 또는 스파크에 의해 일어난 화재는 단 1건.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발생한 2002년에도 9건에 불과하다. 올해는 0건.

이 가운데 주유 도중 엔진을 끄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화재는 1건도 없다. 주유소 화재가 모두 자동차 엔진을 끄지 않아 일어난 것이라 가정해도 화재 발생 확률은 수천만∼수억 분의 1(0.0000000324∼0.0000000036)밖에 안 된다.

주유소보다 더 위험한 가스충전소를 단속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국 가스충전소는 1000여 곳으로 액화석유가스(LPG)의 안전 및 사업관리법상 산업자원부가 관할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주유 전 엔진을 정지시키는 비율이 95%를 넘으면 강력 단속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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