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브리지코리아 박병무사장, 하나로텔레콤 구원투수 나섰다

  • 입력 2005년 12월 9일 02시 59분


《‘제일은행 투자에서 거둔 대박이 하나로텔레콤에서도 이어질까.’ 뉴브리지캐피털 한국 현지 법인인 뉴브리지코리아의 박병무(44·사진) 사장은 최근 ‘하나로텔레콤 경영위원회 의장’이라는 직함이 하나 더 생겼다. 경영위는 회사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의사결정기구로 하나로텔레콤 권순엽 대표와 박 사장 2명이 참여하고 있다.》

뉴브리지와 같은 사모투자펀드(PEF)의 고위 임원이 투자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뉴브리지는 1999년 옛 제일은행을 5000억 원에 인수해 올해 초 영국계 스탠더드차터드은행(SCB)에 1조6500억 원에 팔아 230%라는 놀라운 수익을 냈다.

하지만 뉴브리지가 2003년 두 번째로 투자한 하나로텔레콤은 현재 손실률이 20%가 넘는다. 박 사장이 직접 하나로텔레콤 경영위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 서울대 수석 입학과 법대 수석 졸업, 김&장 법률사무소의 스타 변호사, 플레너스(현 CJ인터넷에 합병) 대표 등 화려한 성공의 길을 걸어온 그가 하나로텔레콤에서는 어떤 결과를 거둘지 주목받고 있다.

○ 뉴브리지가 예상치 못한 악재

뉴브리지는 2003년 10월 미국 AIG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나로텔레콤에 5억 달러(주당 3200원)를 투자했다.

당시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KT(시장점유율 49.8%) 하나로(24.4%) 두루넷(11.6%)의 3강(强) 구도였다. 뉴브리지는 하나로가 두루넷을 인수해 시장지배력을 키운 뒤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복안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대로 하나로는 올해 2월 두루넷을 4714억 원에 인수했고 내년 1월 1일자로 합병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나타났다.

올해 9월 LG그룹 계열의 파워콤이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뛰어든 것. 파워콤은 벌써 가입자가 20만 명을 넘었고 내년 말 100만 명을 목표로 공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서고 있다.

두 번째는 케이블방송 사업자의 대약진으로 점유율이 2003년 7% 수준에서 현재 11%로 급증했다.

○ 대주주, 직접 구조조정에 나서다

하나로텔레콤의 올해 1∼9월 영업이익은 269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08억 원)에 비해 70.3%나 줄었다. 순이익은 100억 원 흑자에서 446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상황이 이처럼 나빠지자 뉴브리지는 회사 경영진에 비용 절감을 위한 인원 감축과 본사 이전, 판매 대리점 수수료 체계 등의 대수술을 주문했다.

하지만 총직원의 25%를 줄인다는 계획이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쳤다.

박 사장이 경영위 의장을 맡은 것은 이때다. 사모펀드는 회사를 인수한 뒤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본인들은 비상임 이사로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하나로는 경영진이 구조조정과 관련된 중요한 안건을 결정하고 이사회에서 승인받아 실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결국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의 대표 자격으로 박 사장이 직접 나서 의사 결정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게 된 것.

박 사장은 이후 노조와의 협상에서 목표치 없이 희망퇴직을 받는 선에서 합의했다.

○ 하나로의 미래는 반신반의

박 사장은 “외국에서도 회사가 어려울 때는 투자펀드가 경영진을 도와준다”며 “하나로의 수익성이 본궤도에 올라가면 곧바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로는 올해 1000억∼12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회사 측은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되는 내년에는 약간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파워콤의 도전이 거세고 하나로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증시의 평가는 비교적 차가운 편이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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