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회사 사장님들 술술 넘어가는 술이야기

  • 입력 2005년 12월 9일 02시 59분


서로 술을 따라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진로 하진홍 사장(왼쪽)과 하이트맥주 윤종웅 사장. 김상수 기자
서로 술을 따라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진로 하진홍 사장(왼쪽)과 하이트맥주 윤종웅 사장. 김상수 기자
“우리 화합 차원에서 ‘러브샷’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허허.”

하진홍(56) 진로 사장은 맥주잔, 윤종웅(55) 하이트맥주 사장은 소주잔을 각각 들고 서로 팔짱을 낀 뒤 시원스레 ‘원샷’을 했다. 상대 회사에 대한 배려로 ‘주종(酒種)’을 바꾼 것.

7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 소주와 맥주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를 이끄는 두 최고경영자(CEO)가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7월)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났다.

“하이트맥주에 있을 때는 거의 맥주만 먹었는데 요즘엔 낮이고 밤이고 소주를 먹어 하루 종일 머리가 띵합니다.” 소주와 맥주로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하 사장이 말문을 열었다.

9월 사장 취임식 때의 일화도 소개했다. “저녁에 팀장급 이상 직원 90명과 회식을 했는데 축하주를 한 잔씩 받다 보니 소주 70잔 정도를 먹고 뻗어 버렸죠.”

33년간 하이트맥주에 몸담은 하 사장은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에게서 “진로를 정상화시키고 양사의 화합을 다지라”는 특명을 받고 진로로 자리를 옮겼다.

하진홍(河珍弘)이란 이름이 ‘하이트와 진로를 널리(弘) 세상에 전파하라’는 의미라며 진로 사장에 최적임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하이트맥주와 진로 직원들의 융합 문제에 가장 신경을 쓴다는 그는 지난달 진로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월급의 300%를 격려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날 윤 사장은 ‘올해의 연세경영인상(제조업 분야)’을 받고 뒤늦게 합석했다. 학생군사교육단(ROTC) 11기인 그는 ‘2005 대한민국 ROTCian 경제부문 최우수 동문’으로 선정되는 등 올해 상복이 터졌다.

그의 맥주 주량은 ‘무한대’로 꼽힌다. 골프 실력이 80대 후반인 그는 내기에서 이기는 비법도 살짝 알려줬다.

“1홀 지날 때마다 맥주를 한 캔씩 마시자고 합니다. 18홀이니 18캔이죠. 보통 사람 이 정도면 못 견딥니다. 라운드 끝나면 나도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니 상대방은 오죽하겠어요.”

두 사장은 국내를 석권했으니 이제 해외 무대로 나서겠다는 야망에 불타 있다.

진로는 2007년까지 한일 증시 동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또 하이트맥주는 진로와 손잡고 일본 중국 미국의 현지 유통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꾀하고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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