轉職교육 ‘개점 휴업’ 총15만중 달랑 12명

  • 입력 2005년 12월 12일 02시 55분


《노동부가 6개월 전 워크아웃 대상 영세 자영업자 15만3000명의 전직(轉職)을 돕기 위해 운영하겠다고 밝힌 직업교육 프로그램 ‘리스타트(Re-Start·재출발) 서비스’에 전국적으로 12명만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현재 사전 수요조사 때 3000명 이상 참여할 것으로 내다본 이 프로그램에 실제로 신청한 사람이 적은 이유를 찾고 있다. 정부 7개 부처가 추진해온 ‘5·31 영세 자영업자 대책’이 겉도는 것은 이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정책 전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제 기능 못 하는 전직 프로그램

정부 지원으로 직업학교에서 건설기계 운전 자격증 과정을 밟고 있는 박모(49) 씨는 ‘리스타트 서비스’에 지원한 12명 중 하나.

하지만 그도 현재 받고 있는 교육을 향후 활용할 생각은 없다. “쉬는 동안에 교육이나 받아 두고 자격증을 따면 작은 카센터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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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영세 자영업자는 박 씨처럼 직업교육을 받더라도 자영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새 출발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런 자영업자의 성향과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정부가 탁상에서 정책을 만들었다는 증거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자영업자는 나이가 많고 학력이 낮은 경우가 많아 전직 교육이나 컨설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한국의 자영업자는 40대 37.8%, 50대 20.7%, 60대 10.2% 등 10명 중 7명이 40대 이상이다.

과도한 창업을 막기 위해 도입을 추진했던 미용업 세탁업 제과업 분야의 자격증 제도는 6월 당정 협의과정에서 무산됐다.

○ 컨설팅 사업도 실효성 적다

“호프집 수입이 너무 줄어 가게를 내놨는데 안 팔려요.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컨설팅을 받았더니 수천만 원 들여 체인점으로 바꾸라는 거예요. 그럴 돈이 있으면 벌써 뭘 해도 했지요.”

대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김모(45·여) 씨의 말이다.

중소기업청은 영세 자영업자 대책의 하나로 전국 60개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해 11월 말까지 유료 1080건, 무료 6만2930건의 상담을 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점포를 지원하고 회생 불가능한 업체는 퇴출시킨다는 당초 목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유료 컨설팅을 해온 최재희 한국소자본창업컨설팅협회 회장은 “회생 방안을 제시해도 전단조차 뿌릴 돈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이렇게 살아날 가망이 없어도 컨설팅 때 퇴출을 권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무료 상담도 상담사 1명이 월평균 60∼70건씩 처리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 탈출구를 만들어줘야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사업을 접고 직업을 바꾸려 해도 직업 전환기간에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도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젊고 학력이 높은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직업훈련 기회와 함께 전직기간 생활대책을 지원하고 고령의 퇴출 자영업자에게는 ‘퇴출기금’을 만들어 생계를 지원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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