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 따로 노는 까닭은?

  • 입력 2005년 12월 12일 02시 55분


금리는 채권의 만기에 관계없이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장기금리와 단기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은 흔치 않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잇단 연방기금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장기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두고 ‘수수께끼(Conundrum)’라고 표현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금융회사 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8일 한국 채권시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콜금리 인상 발표 후 0.18%포인트 하락해 연 5.07%로 떨어졌다. 9일에는 0.08%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반면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8일 0.07%포인트 올랐다.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수수께끼’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채권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따로 놀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CD 금리가 오른 것은 콜금리의 영향을 직접 받았기 때문이고, 국고채 금리가 떨어진 것은 박승 한은 총재의 코멘트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

박 총재는 “금리를 조속히 올려야 할 시급성이 감소했다”며 현재로선 공격적으로 콜금리를 올릴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또 증시에 대해 “유동성에 의존하고 있어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과 증시는 대체관계여서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 값은 상승(금리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경제분석팀장은 “채권시장에서는 이 같은 박 총재의 말을 ‘복음’으로 받아들여 많은 채권 딜러가 ‘사자’ 주문을 냈다”고 전했다.

오 팀장은 “CD 금리는 콜금리보다 0.25∼0.30%포인트 높은 수준이 적정하다”며 “현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CD 금리에 시중은행이 업무원가, 마진, 담보설정비용, 인지대 등을 붙이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현재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06∼6.18%. CD 금리 상승에 따라 시중은행의 시장금리 연동형 대출금리는 이번 주에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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