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잇단 연방기금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장기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두고 ‘수수께끼(Conundrum)’라고 표현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금융회사 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8일 한국 채권시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콜금리 인상 발표 후 0.18%포인트 하락해 연 5.07%로 떨어졌다. 9일에는 0.08%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반면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8일 0.07%포인트 올랐다.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수수께끼’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채권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따로 놀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CD 금리가 오른 것은 콜금리의 영향을 직접 받았기 때문이고, 국고채 금리가 떨어진 것은 박승 한은 총재의 코멘트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
박 총재는 “금리를 조속히 올려야 할 시급성이 감소했다”며 현재로선 공격적으로 콜금리를 올릴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또 증시에 대해 “유동성에 의존하고 있어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과 증시는 대체관계여서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 값은 상승(금리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경제분석팀장은 “채권시장에서는 이 같은 박 총재의 말을 ‘복음’으로 받아들여 많은 채권 딜러가 ‘사자’ 주문을 냈다”고 전했다.
오 팀장은 “CD 금리는 콜금리보다 0.25∼0.30%포인트 높은 수준이 적정하다”며 “현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CD 금리에 시중은행이 업무원가, 마진, 담보설정비용, 인지대 등을 붙이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현재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06∼6.18%. CD 금리 상승에 따라 시중은행의 시장금리 연동형 대출금리는 이번 주에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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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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