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회사의 기업주가 법원의 조사 결과 사기파산 혐의로 고소까지 당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당사자는 유명 여자 연예인들의 ‘○○통 파우더’ 광고로도 알려진 D화장품 회사의 옛사주 Y(48) 씨.
서울중앙지법 파산12부(부장판사 임치용·林治龍)는 2003년 1월부터 이 회사의 화의 절차를 진행하다 올해 들어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화의 절차 중인 기업의 사주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이에 따라 회사는 회생의 길로 들어서지만 이 회사는 화의 절차 중 부실이 더 악화됐다.
화의 진행 중에 사장이 바뀌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새 사장은 재판부의 거듭된 조사에서 “나는 사실 옛 사장에게서 돈을 받고 회사 파산 절차를 밟으라는 지시를 따르는 ‘바지사장’일 뿐”이라고 자백했다.
재판부는 화의를 즉시 취소했고 파산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파산 기업의 빚 청산을 책임지는 파산관재인으로 검사 출신의 양경석(梁璟錫) 변호사를 선임했다.
양 변호사는 5개월 동안 ‘수사하듯’ 이 회사를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Y 씨가 화의 절차 이후 회사 상표권과 화장품 원료 등 회사 자산을 다른 곳으로 빼돌려 놓은 정황을 포착했다. 재판부는 파산관재인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지난달 Y 씨를 파산법 위반 등 6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도록 허가했다.
화의는 법원이 기업주의 경영권을 인정하고 ‘스스로’ 살아나도록 지켜보는 기업 회생 제도로 법원은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 상례다.
이번 사례는 법원이 회생 가능한 기업에서 재산을 빼돌려 수많은 채권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기업주의 행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파산관재인으로 다소 이례적인 검사 출신을 선임한 것도 이런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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