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은 제일FDS를 매각한 후 은행의 전산 업무를 외부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전산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12일 은행과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10월 국내외 7개 시스템통합(SI) 업체에 제일FDS 매각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보냈다. 입찰 최종 마감은 이달 14일.
현재 EDS코리아, KT, LG CNS, 액센추어 등이 응찰했거나 응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달 중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 실사 작업을 거친 후 내년에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입찰제안요청서를 받은 A사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이 제일FDS의 인력을 모두 흡수하는 쪽으로 제안할 것을 요청했다”며 “현재 FDS가 제일은행의 전산 업무를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아웃소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매각 후 인력이나 업무가 어떻게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환銀은 노조반발로 중단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는 알리안츠생명 교보생명 신영증권 등이 전산 부문을 외부에 맡기고 있거나 맡길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 쪽은 아직 사례가 없다. 고용 불안과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등이 아웃소싱의 걸림돌이다.
외환은행은 IBM코리아에 전산센터와 일부 전산 기능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노조의 반발에 부닥쳐 중단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나 ‘물 건너갔다’는 게 중평.
IBM의 한 컨설턴트는 “외국에선 전산 기능을 은행 내부에서 담당하는 사례가 드물다”며 “IT 부문의 최신 기술이 계속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외부의 전문 인력이 맡는 게 추세”라고 소개했다.
○해외선 아웃소싱 일반화
기업의 일부 기능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아웃소싱’은 현대 경영의 큰 흐름 가운데 하나다. 심지어 인사나 생산 같은 핵심 기능을 맡기는 기업도 있다. 해외에선 최근 아웃소싱이 지나쳐 문제가 생길 정도다.
아웃소싱 도입 초기인 한국은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 외에 다른 변수에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
금융감독원 양성용 은행감독국장은 외환은행과 관련해 “은행을 팔겠다고 내놓은 마당에 전산 업무를 아웃소싱한다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아웃소싱을 하면 보통 10년씩 계약하는데 이는 새 주인이 결정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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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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