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는 이 시기에 한 해 실적을 결산하느라 바빴다. 의사 결정이 늦어 한 해 목표는 1월에 나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외환은행은 올해 예상 순이익 1조7000억 원을 바탕으로 영업을 강화해 내년에도 큰 폭의 이익을 낼 계획이다.
○ 한 달도 안 걸린 내년 목표 설정
2년 전만 해도 외환은행 임원실 앞에는 의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결재를 받아야 하는 본부장들이 기다리는 자리였다. 임원 비서들은 결재를 기다리는 줄이 없어지면 본부장들에게 “지금 자리가 비었으니 올라오세요”라고 전화를 걸었다.
이 상무는 “그때는 결재하다 보면 하루가 갔다”며 웃었다.
올해는 달라졌다. 웬만한 사안은 팀장 선에서 결재가 끝난다. 본부장과 임원에게는 e메일로 통보만 된다. 리처드 웨커 행장 등 임원들은 e메일을 보고 코멘트만 붙인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보고와 결재가 자유로운 매트릭스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원들의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웨커 행장은 해외 출장 때도 임원들과 수시로 국제전화를 하며 업무를 챙긴다.
부서별 내년 목표가 처음 언급된 것은 11월 8일. 임원과 본부장, 주요 팀장 60여 명이 모인 회의에서다. 그 후 조정 과정을 거쳐 보름 만에 모든 부서의 목표 설정이 완료됐다.
○ 인사가 만사
외환은행이 매트릭스제도와 사내에서 필요한 사람을 끌어다 쓰는 사내 스카우트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 5월.
사내 스카우트제도는 부서장들이 직원의 경력을 보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뽑아다 쓰는 제도다. 정식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김형민 부행장은 “지난해 적응과정을 거쳐 올해에는 두 제도가 정착이 된 것 같다”며 “원하는 사람을 쓰고 의사 결정이 빠르니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1주일씩 걸리던 결재가 이제는 반나절이면 끝난다. 업무지시도 e메일을 보낸 뒤 열어보지 않은 직원에게 전화만 하면 끝이다.
이 상무가 담당하는 부서는 기업과 대기업, 해외영업, 글로벌상품본부 등 5개 본부. 매년 본부별로 슬로건을 정한다. 올해는 목표 금액을 슬로건으로 정할 예정.
“예를 들어 본부에서 슬로건을 ‘100억 원’이라고 정하면 직원들은 항상 목표를 상기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목표가 일찍 나오니 고민도 많습니다.”
외환은행 인사제도 특징 | |
인사제도 | 내용 |
매트릭스제도 | 보고나 결재 라인이 자유스러운 제도. 팀 위주로 움직이고 임원이 직접 업무를 챙겨 의사 결정이 빠름. 조직별로 역할 및 책임 부여, 성과 측정이 쉬움. |
사내 스카우트제도 | 임원이 본부장에게, 본부장은 팀장에게 영입 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을 거친 뒤 인사 발령을 내는 제도. 해당 부서가 적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늘림. 사내라도 정식 면접을 거쳐 영입. |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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