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부터 기저귀를 생산해 온 LG생활건강은 매년 1, 2개의 기저귀 신제품을 내놓다가 2001년부터 신제품이 뚝 끊겼다. 2005년 11월 말까지 5년 동안 단 1개의 신제품만 내놓았다.
이 회사가 이렇게 된 것은 국제특허분쟁 때문이다. 미국 킴벌리클라크 등은 2001년 7월 LG생활건강이 기저귀 특허를 침해했다며 국내 법원에 59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LG 측은 특허분쟁 대상이 ‘샘 방지용 날개’라는 기술적인 부문이어서 개발연구인력을 소송 문제에 투입하는 바람에 신제품을 거의 내놓지 못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3일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그 사이 ‘골병’이 들었다. 소송비용으로 50억 원을 날렸고 기저귀 사업 매출액도 2000년 488억 원에서 2004년 366억 원으로 줄었다.
이 사례는 지적재산을 둘러싼 국내외 법률전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 준다.
세계 각국의 대기업들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지적재산전쟁을 벌이면서 국내 기업이 지불하는 특허비용(분쟁에 따른 배상비용과 로열티 등)도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국내 전자업종 중소기업들이 지불한 특허비용은 2001년 3억9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억3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셋톱박스 등 한국 주력 수출상품의 특허비용은 2001년 1억6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8000만 달러로 늘었다.
대기업도 심각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특허에 대한 로열티 비용과 분쟁 해결 비용 등으로 1조5000억 원을 지출했다.
이 같은 지적재산 전쟁 속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입지는 불안하기만 하다. 한국 기업이 특허를 보유하지 못해 발생한 기술무역수지 적자가 지난해에만 24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다 각종 국제 특허분쟁에 휘말려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최근 미국 법원에서 특허 소송의 배상액이 고액화되고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급격히 높아져 한국 기업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 미국에서 특허권자의 승소율은 1982년 연방특허법원 설립 전 30% 수준에서 지난해 70%에 이르렀다.
전자기술부문에서 한국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 일본은 한국산(産) 제품에 적용된 과거 원천 기술까지 찾아내 특허 소송에 나서는 등 정부와 기업 법원이 함께 나서 ‘대(對)한국 법률 공격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한국을 견제하라” 日정부-기업 ‘공습’
‘지적재산 법률전쟁’에서 한국은 미국 등 서구 국가들 못지않게 신경 써야 할 상대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전자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고 일부 분야에서는 추월하기 시작하자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적재산 법률전쟁’을 선포했다. 최근 일본의 유명 전자업체들은 한국의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대대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후지쓰는 삼성SDI를 상대로 PDP TV에 관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달 도시바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기륭전자, 현대오토넷을 상대로 위성 DMB 특허료의 2%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도시바와 후지쓰가 하이닉스를 상대로 ‘낸드 플래시 메모리’ 특허 침해와 관련한 소송을 냈다. 도시바는 판매금지와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일본 기업들은 지적재산 전쟁에서 효과적인 공격과 방어를 위해 치밀한 대비를 해오고 있다. 소니는 50명의 지적재산 담당자와 20명의 변리사가 있으며 특허료로 연간 471억 엔(약 4239억 원)의 수입을 올린다. 후지쓰 법무·지적재산본부 인력은 500명에 가깝다. 한국의 대형 로펌 수준이다.
이 전쟁에는 일본 기업 외에 정부와 법원까지 가세하고 있다. 일본 법원은 최근 특허 관련 재판의 심리 기간을 예전의 8년에서 6개월로 대폭 줄였다. 한국 기업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 승패를 가려 준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덕분에 ‘속전속결’로 상대 기업들을 제압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들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특허청이 지난해 초 대학연구소와 기술연구소, 기업관계자들을 불러 한국기업에 대한 공격 시나리오를 짰다는 소문도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미쓰비시가 삼성을, 파이오니아가 LG를 맡아서 공격하겠다는 역할분담까지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지적재산권 전략 | ||
기업 | 지적재산 담당자 수 | 지적재산 관리 |
소니 | 지적재산 담당자 약 50명,변리사 20명 | 보유 특허: 해외 2만4987건, 일본 국내 1만3392건※특허료 수입 연간 471억 엔 |
일본전산 | 지적재산 및 법무팀 14명,변호사·변리사 각 2명 | 경쟁사에 특허 침해 경고, 소송 제기 활성화 |
캐논 | 지적재산법무 본부 약 400명,변호사 변리사 각 12명 | 국내외 보유 특허 약 8만 건 |
코니카 미놀타 | 지적재산센터 약 130명 | 보유 특허: 미국 약 5300건, 일본 약 6600건 |
파이오니아 | 지적재산부 약 80명,변리사 3명 | 국내외 보유 특허 5165건 |
히타치 제작소 | 지적재산본부 약 300명,변리사 54명, 미국변호사 5명 | 보유 특허: 미국 약 1만4000건, 일본 약 1만8000건, 매년 지적재산보고서 발표 |
후지 사진필름 | R&D총괄본부·지적재산본부 약 100명, 변리사 1명 | 국내외 보유 특허 1만 건 이상 |
후지쓰 | 법무·지적재산본부 약 460명 | 보유 특허: 미국 1만8000건, 일본 1만3000건, 연보에 지적재산 정보 공개 |
NEC | 지적재산사업본부·특허기술정보센터 약 400명 | 국내외 보유 특허 약 5만 건 |
NEC전자 | (미확인) | 보유 특허: 미국 4501건, 일본 7268건 각 사업부문에 지적재산활동 총괄 CPO 두고 체제정비, 특허 맵 구축 |
자료:Worldwide intellectual Property Search |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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