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사망 원인이 불투명했던 전용철(43·충남 보령시) 씨와는 달리 홍 씨의 경우 경찰이 스스로 시위진압 과정에서의 폭행을 시인한 상태여서 홍 씨 사망은 농민단체의 거센 반발은 물론 경찰 지휘부의 문책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8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경찰 등에 따르면 홍 씨는 이날 0시 40분경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에서 경추(목뼈) 손상에 의한 패혈증으로 숨졌다.
병원 측은 홍 씨가 외부 충격으로 목 뒤쪽의 경추관이 심하게 부어 그동안 신경마비와 호흡곤란, 폐렴 증세를 보여 왔으며 전날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으나 소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 씨는 서울 농민집회 과정에서 경찰의 방패에 맞아 쓰러진 뒤 서울 영등포구 성애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원광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왔다.
홍 씨는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전경에게 머리와 목 등을 맞았다”고 진술했으며, 경찰도 “시위현장에서 전경의 방패에 가격당해 다쳤을 가능성이 현저하다”며 과잉 진압을 사실상 시인했다.
전농 전북도연맹과 ‘고 전용철 농민 살해규탄 전북대책위’ 등 농민단체는 홍 씨 사망 직후 “직위 해제된 시위진압의 현장책임자인 서울지방경찰청 이종우(李宗羽·경무관) 기동단장을 구속 수사하고,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농민단체는 20일 전국 각지에서 홍 씨 추모집회를 개최하고, 22일부터 3일 동안 청와대 앞에서 대규모 철야 시위를 갖기로 했다.
경찰청 고위 간부는 “부검결과가 나오는 대로 경찰청장이 빈소를 직접 방문하고,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민 사망사건을 조사 중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달 말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경찰 지휘부의 추가 징계를 권고할 가능성도 있다. 또 사망자의 유족이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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