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싸워봤자…함께살자" 敵과의 따뜻한 동침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경쟁하지 말고 함께 파이를 키우자.’

치열한 경쟁 관계의 기업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선정한 ‘2005년 경영 키워드’ 중 하나는 ‘합종연횡’. LG연구원은 삼성과 IBM의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협력,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낸드 플래시 합작 진출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런 현상은 대기업들뿐 아니라 작은 시장에서 판로 개척에 애를 먹고 있는 중소기업들과 유통업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적(敵)과의 동침’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함께 블루오션을 찾는다

국내 노래방 시장을 이끄는 ‘양대 산맥’은 TJ미디어와 금영이다. 양 업체는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며 시장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최근 4, 5년째 시장 포화 상태가 지속되자 두 회사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나섰다.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를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개시한 것.

고객들의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TJ미디어에 따르면 서비스를 개시한 뒤 고객이 자신의 노래를 녹음해 회사 서버에 전송한 건수는 기존의 2배 이상인 하루 2000여 건으로 늘었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약회사 간 경쟁은 치열하지만 전체 발기부전 환자의 90%는 아예 치료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업체들끼리 10%의 시장 안에서 경쟁하는 것보다는 남아 있는 큰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업계에서는 각종 캠페인이나 이벤트로 환자들의 치료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마케팅 열풍

유통업계에서도 실리를 위해 차별화 전략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자사의 매장에서만 독점 판매해 온 유명 브랜드 상품을 라이벌 백화점에 공급하는 것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이탈리아 명품 피혁을 취급하는 ‘토즈’ 매장을 최근 설치했다. 토즈는 현대백화점이 상품 차별화를 위해 자사 매장에서만 판매해 온 상품이다.

현대백화점 해외MD사업팀 이혁재 차장은 “최근 들어 백화점 이미지 관리보다는 ‘실리 추구’를 위해 돈이 되는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더 중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종 업계끼리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는 경우도 많다.

㈜두산잡지BU, ㈜디자인하우스, 중앙M&B 등 잡지사 5곳은 지난달 잡지공동마케팅협회를 발족했다.

온라인 잡지의 맹추격으로 경쟁이 심화되자 나온 방안이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잡지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아이 러브 매거진 캠페인’과 뉴스레터 발송 행사 등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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