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11명 年內 귀국 힘들듯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집에 언제 가나…”세계무역기구(WTO) 제6차 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반세계화 시위를 벌이다 연행된 한국인 중에서 19일 석방된 농민들이 20일 오후 숙소인 홍콩 우카이샤 YMCA 청소년 캠프에서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집에 언제 가나…”
세계무역기구(WTO) 제6차 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반세계화 시위를 벌이다 연행된 한국인 중에서 19일 석방된 농민들이 20일 오후 숙소인 홍콩 우카이샤 YMCA 청소년 캠프에서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홍콩에서 구속된 한국 시위자 11명에 대해 경찰이 당초 적용한 불법 집회 혐의 외에 경찰관 폭행 등 다른 혐의도 추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駐)홍콩 한국총영사관 박경식(朴慶植) 영사(치안관)는 20일 “홍콩 경찰이 혐의를 추가하려고 증언, 영상 등 증거를 확보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속된 11명은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많아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법원은 피의자가 무죄를 주장하면 일정 기간 후 다시 재판을 하므로 이들의 석방은 해를 넘길 수도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맹의 허인 부위원장 등 한국 시위대 지도부는 이날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대가 부당하게 구속됐으며 수감 기간이 길어지면 대규모 원정 투쟁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 혐의 추가, 올해 중 석방 힘들 듯

홍콩 쿤퉁법원이 19일 심야에 연 재판은 구속 여부를 가리는 ‘구속적부심’ 성격이 강하다. 범죄 사실을 심리하는 재판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홍콩 경찰은 혐의가 비교적 뚜렷한 ‘불법 집회’ 혐의만을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이 구속을 허락할 만한 혐의만 적용한 뒤 23일 열릴 정식 재판 때까지 다른 혐의로 추가 기소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혐의는 경찰관 폭행, 재물 손괴 등이 될 수 있다. 경찰은 시위 사진 등 일부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조환복(趙煥復) 주홍콩 한국총영사는 “시위자와 변호인은 혐의를 부인하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격시위가 벌어진 것은 17일 밤이어서 사진으로 사람 식별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국인들의 변호는 스티븐 라우 등 현지 변호사 2명이 맡고 있다.

○ 경범죄 담당 법원에서 재판

한국인 시위자의 재판을 맡은 쿤퉁법원은 가벼운 사건의 1심 재판을 담당하는 치안판사 법원이다. 이 법원은 최고 2년 이하의 징역과 최대 10만 홍콩달러(약 1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홍콩에서는 경찰서 기물을 파손한 홍콩인이 3000홍콩달러의 벌금을 받은 적이 있고, 입법의원(한국의 국회의원)이 의회에서 소동을 벌이다 징역 1주일, 집행유예 1년으로 풀려난 사례가 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인 11명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풀려나면 추방 형태로 귀국하게 된다.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석방될 수도 있다.

홍콩 법원은 19일 한국인 11명 외에 홍콩인, 대만인, 일본인 등 3명도 구속했다.

풀려난 한국 시위대 989명은 20일부터 출국을 시작했다.

시위대 중 일부는 20일 거리 등에서 ‘아이 러브 홍콩(나는 홍콩을 사랑한다)’을 외치며 홍콩 주민들에게 사과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홍콩=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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