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 다음다이렉트에서 일하는 상담원 최영미(29·여) 씨는 요즘 점심시간을 여직원 휴게실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회사가 휴게실을 안마기, 발마사지기 등 업무 중에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는 다양한 기계로 꾸며 놨기 때문. 최근에는 강사를 초청해 사내(社內)에서 요가강좌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BMS제약에 다니는 노정선(33·여) 씨에게도 남편 출근을 돕고 아이를 친정에 보낸 뒤 부랴부랴 출근하는 모습은 드라마 속의 풍경일 뿐이다.
회사에서 여직원들을 돕기 위해 시행 중인 ‘유동시간 근무제’ 때문에 노 씨는 러시아워를 피해 오전 10시경 느긋하게 회사로 향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출근 시간은 직원의 편의에 따라 오전 7시 반부터 10시까지 다양하다.
기업들이 여성 인력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기업 내 ‘여성 파워’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 특히 통계청 조사 결과 20대의 경우 지난달 현재 여성 취업자 수가 남성 취업자 수보다 23만 명이나 많았다.
○ 파격 지원 잇달아
대기업 중 여직원 복지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아시아나항공. 이 회사의 여직원 비율은 전체의 절반 이상(53%)이다.
호봉과 직급체계에서 남녀 차별을 완전히 없앤 것은 물론 매년 여대생에게 산업현장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인력 확보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비행 승무원의 경우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감안해 임신을 안 시점부터 휴직 신청이 가능하게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여직원들의 형제자매 학자금까지 챙긴다.
이 회사 류제희 인사과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장 역할을 하는 매장 여직원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형제와 자매들의 중고교 학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포털 커리어가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 50여 명을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여성 인력의 확보, 유지를 위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제’(36.2%)뿐 아니라 ‘주5일 근무제’, ‘전용 휴게실 운영’, ‘육아, 교육비 지원’, ‘출퇴근 자율제’ 등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복지 아이디어도 각양각색
소형 가전업체 ㈜유닉스전자의 여직원들은 최근 ‘여직원 회식의 날’ 행사를 했다. 여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이 행사에 회사는 매월 일정 금액을 지원한다.
이 회사는 전문 미용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여직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직원 전용 미용실도 만들었다.
GS홈쇼핑도 회사 여성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텔레마케터를 위해 전문 강사를 둔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 중이다. 유아용품 업체 ㈜아가방은 여직원들이 출산할 때마다 50만 원 상당의 아기용품을 제공한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올해 사내에 ‘여성사업위원회’라는 여직원 조직을 만들었다. 전문가 초청 강연과 여대생 취업설명회 등을 하는 위원회의 활동에 회사는 별도 예산을 책정해 지원하고 있다.
삼성SDS는 여직원의 경력 관리를 위해 선배 여직원들의 지식과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는 ‘사이버 멘터링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기업들의 여성 인력 지원 제도는 앞으로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연구위원은 “여성 고용 비중이 낮은 기업이 매년 근로자의 성별 현황과 여성 고용에 관한 계획서를 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이달 국회를 통과했다”며 “앞으로 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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