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편의점이 백화점 삼켰다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아시아 최대의 소매유통그룹인 일본의 세븐&아이 홀딩스가 세이부 백화점과 소부 백화점의 지주회사인 밀레니엄리테일링을 인수한다고 26일 발표했다.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과 종합슈퍼마켓 체인인 이토요카도를 거느리고 있는 세븐&아이가 2개의 백화점까지 통합하면 월마트, 카르푸, 로열 어홀드, 메트로에 이어 세계 5위의 거대 유통업체로 탄생하게 된다. 세븐&아이와 밀레니엄리테일링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4조5400억 엔이다.

세븐&아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밀레니엄리테일링의 발행주식 65.35%를 1311억 엔(약 1조500억 원)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토추상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주식 전량도 내년 6월까지 현금으로 매입하거나 자사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편의점이 백화점을 삼킨 이번 통합은 일본 유통업종의 자금력 차이를 분명히 나타낸 것”이라며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백화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세븐&아이는 세븐일레븐 저팬과 이토요카도, 외식업체인 데니스 등 3사가 통합해 지난해 9월 출범한 지주회사. 일본 내 세븐일레븐 1만1000곳을 포함해 전 세계 3만 개 점포에서 종업원 68만 명을 거느린 대형 업체지만 주력인 편의점 분야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부유층 고객을 확보할 필요성을 느껴 왔다.

세븐&아이는 백화점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슈퍼마켓의 의류 판촉 활동에 활용하고, 세븐일레븐의 거대한 점포망을 통해 백화점 선물 주문을 받는 방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최근 일본 경제의 회복세를 반영해 유통업계도 활기를 띠고 있지만 대형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 다퉈 점포를 늘리면서 서로 다른 업종 간에도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통합으로 유통업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백화점과 편의점, 슈퍼마켓과 백화점이 짝을 이루는 공동 마케팅이 늘어날 것”이라며 금융업에 이어 유통업계에도 대형화 열풍이 거세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세계 소매유통업체 매출 순위 (단위:억 달러)
회사국가매출
1위월마트 미국3094
2위카르푸프랑스1130
3위로열 어홀드네덜란드894
4위메트로독일777
5위세븐&아이 홀딩스(통합 후)일본715
6위테스코영국681
2004년 매출 기준.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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