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시민단체 등 外風에 기업인 투자심리 얼어붙어”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신규 설비투자는 경영진과 대주주가 온 정신을 집중해서 기업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종합예술 작업입니다. 이렇게 해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데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일각에서 기업을 흔들면 일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경제연구소장은 “기업의 영업과 투자활동은 냉정한 이윤의 논리로 움직이지만 심리적 요인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위축되면 경영진은 모든 일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새롭게 일을 벌이기보다는 기존에 하던 일을 추스르는 ‘보수 경영’에 머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SK그룹에서 2003과 2004년은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해였다.

대주주의 구속에 이어 외국계 투자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겪으며 지주회사 격인 SK㈜의 모든 역량은 경영권 방어에 집중됐다.

회사의 주인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생산설비 고도화, 해외시장 진출, 인재 육성 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SK가 겪은 일련의 어려움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국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계기가 됐다”면서 “기업은 대주주와 분리돼서 본연의 일에 충실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 재계에서 대주주와 경영진이 흔들리면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재계에서는 또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해 출자총액제한과 토지이용 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앙대 홍기택(洪起澤·경제학) 교수는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는 것은 국내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규제 완화로 국내에 투자하려는 분위기를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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