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女은행지점장 4人‘색깔 방담’

  • 입력 2005년 12월 28일 03시 01분


은행 간 영업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지역의 여성 지점장 4명이 올해를 보내는 소회와 함께 새해 포부를 밝혔다. 왼쪽부터 하나은행 정현주 잠원동지점장, 한국씨티은행 김부자 청담역지점장, 국민은행 김해경 청담북지점장, 우리은행 이현숙 서초사랑지점장. 박영대 기자
은행 간 영업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지역의 여성 지점장 4명이 올해를 보내는 소회와 함께 새해 포부를 밝혔다. 왼쪽부터 하나은행 정현주 잠원동지점장, 한국씨티은행 김부자 청담역지점장, 국민은행 김해경 청담북지점장, 우리은행 이현숙 서초사랑지점장. 박영대 기자
《은행권에서는 2005년을 ‘금융 대전 원년’이라고 부른다.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은행과 토종 은행, 또 토종 은행끼리의 영업 전쟁이 어느 해보다 치열했기 때문이다. 총성 없는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지역의 여성 지점장 4명이 26일 한 음식점에 모여 올해를 보내는 소회와 함께 새해 포부를 밝혔다. 참석자는 국민은행 김해경(44) 청담북지점장, 우리은행 이현숙(44) 서초사랑지점장, 하나은행 정현주(40) 잠원동지점장, 한국씨티은행 김부자(45) 청담역지점장. 올해 처음 지점장이 된 새내기부터 9년차까지 다양했지만 ‘강남’과 ‘여성 지점장’이라는 공통점으로 이들은 금세 친해졌다. 솔직한 대화를 위해 발언자 이름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여성 지점장의 애환과 꿈, 실적 스트레스, 재테크 성적표 등으로 이들의 이야기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영업비밀’인 내년 유망 재테크 종목도 살짝 공개했다.》

○‘은행 대전’ 원년을 보내며…

“‘은행 대전’이니 ‘금융 대전’이니 하는 말은 작년 말 한국씨티은행 출범 이후 나왔는데 정작 씨티은행은 통합 후유증 때문에 공격적인 영업을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요.”

“씨티은행은 ‘선전포고’를 한 적이 없는데 다른 은행들이 전쟁이라고 인식한 것이죠.”

“우리은행이 제일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행장이 증권사 출신이라서….”

“주변에 우리은행 지점이 생겨 긴장돼요. 바짝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진짜 경쟁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 같습니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해 간판을 바꾸고 영업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거라고 하던데. 올해 신한은행은 별 이슈를 만들지 않고 ‘조용히 가자’는 분위기였지만 내년에는 공격적으로 나올 거라고 해요.”

“내년에는 어느 은행이 메이저 대열에 낄 것인지도 관심거리예요. 당장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은행이 선두권으로 치고 나오지 않겠어요?”

○여성 지점장의 애환과 꿈

“(한 지점장을 바라보며) 상당히 일찍 지점장이 됐는데 비결이 뭐죠?”

“비결이라기보다는 ‘시범 케이스’ 성격이 강했어요. 여자라 덕을 본 것 같기도 하고….”

“희소성 때문에 덕을 많이 보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걸 너무 강조하면 안 되는데….”

“예전에는 구색 맞추기로 여성을 지점장으로 발령했지만 요즘엔 업적 평가를 할 때 시상대에 올라가 보면 거의 여자예요. 여성이 예전처럼 ‘꽃’이 아니라는 걸 시사한다고 봐요. 실력으로 인정받아야죠.”

“입 튀어나온 남자들이 많아요. ‘내 밥그릇 빼앗기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여자들은 대충 해도 안 잘리는데 왜 저렇게 열심히 하나’ 식으로 안 좋은 소리를 하는 못난 남자들도 있어요.”

“여성 지점장은 좋은 점포에 배치되기 때문에 실적이 나쁠 수 없다는 남자들의 불만도 있더라고요.”

“남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봐요. 사실 여자들이 지점장으로 빨리 나가는 건 사실이잖아요.”

“우리는 여자로서 혜택을 받은 세대지만 다음 세대는 경쟁을 해서 따 내야 합니다.”

“요즘은 ‘서번트(servant) 리더’라고 봉사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거죠. 우린 여자니까 꼼꼼하게 더 챙기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회식 자리에 가면 조심스러워요. 빨리 승진했기 때문에 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점장으로 못 나간 제 또래 차장들 보면서 잘해 줘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어떤 분들은 저에게 ‘기업금융도 취급하나요’라고 묻기도 해요. 여자가 지점장으로 있으니까 기업금융은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웃음)

“여성 임원들도 많고 부행장도 있잖아요. 가능성이 많고 길은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임원이 돼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겠죠.”

“여성 최초 은행장은요?”

“그런 말 하면 (남자들의) 반격이 시작되거든요.”

○내년엔 여기 관심 가져보세요

“서초동 삼성타운 예정지 주변 상가나 오피스텔이 유망해 보여요. 해외근무 마치고 들어오는 삼성의 CEO급 간부들이 월세를 놓기 위해 그 주변을 사고 있대요. 고객들에게 권하면 적어도 욕은 먹지 않을 거예요.”

“상가나 강북 뉴타운지역, 35층까지 재건축이 가능한 강남의 한강변 아파트도 유망하다고 봐요.”

“일본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보이니까 일본 펀드는 내년에 화두가 될 거예요.”

“금리가 오르니까 채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채권 값이 너무 떨어졌거든요. 단기가 아니라 장기채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채권은 금리가 한 번 더 오른 뒤에 투자할 생각이에요.”

○올해 재테크 성적표

“고객 재산 불려 주는 데는 선수들일 텐데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재테크를 하는지 궁금해요.”

“적립식 펀드 5개 가입하고 있어요. 국내 펀드 3개, 해외 펀드 2개. 수익률은 약 25% 정도예요. ‘8·31 부동산 종합대책’ 나오기 전에 별장을 샀는데 30% 정도 올랐어요. 앞으로 일본 주식을 사는 펀드에 가입할까 해요.”

“많지 않은 돈이라도 분산 투자는 기본입니다.”

“수도권 토지를 매입했어요. 원래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는데 ‘눈에 띄는’ 곳이 있어서요. 지금은 주춤하지만 좀 올랐지요. 적립식 펀드는 일본 펀드만으로 30% 정도 수익률이 났어요.”

“워낙 주식시장이 좋아서…. 직접투자를 해 ‘더블’은 아니지만 재미를 꽤 봤어요.”

○2006년엔…

“올해는 통합 원년이라서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사이의 문화, 정서 차이 때문에 제대로 영업을 못했어요.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 다양한 상품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했으면 해요. 개인적으론 여성 행원 10명과 요리 모임을 만들 생각이에요.”(김부자 지점장)

“국민은행은 영업력 강화가 내년 첫째 목표입니다. 지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열심히 마케팅할 생각입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치면서 놓친 고객을 되찾고 싶어요. 욕심껏 사놓기만 하고 쌓아 둔 책도 읽고 요가도 해보고 싶고….”(김해경 지점장)

“지점 고객의 90% 이상이 정기예금에 들고 있는데 자산 재분배를 통해 부자로 만들어 드리는 게 꿈이에요. 그러다 보면 은행도 저도 같이 성장하지 않을까요? 입문 단계인 골프 실력도 늘었으면 좋겠어요.”(이현숙 지점장)

“올해 직원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못 줘 아쉬워요. 내년에는 많은 후배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개인적으론 고3 학부모가 되는데 가정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으면 해요.”(정현주 지점장)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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