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널이 1994년 수입 판매에 나선 이후 아르마니는 매년 700억 원어치 이상 팔리고 있다. 이 회사는 캘빈클라인, 돌체앤가바나 등을 포함해 연간 1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패션이 유통업체들의 ‘캐시 카우(cash cow·수익 창출원)’로 떠올랐다.
할인점과 백화점 중심의 유통업체들은 패션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의류업체 출신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하는 등 패션에 승부를 거는 추세다.
○ 패션조직 강화…오너 의지 강해
이달 초 신세계는 패션연구소를 새로 만들었다. 패션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이명희 회장의 의지를 반영해 사장 직속으로 둔 연구소다.
최근 인사에서 패션연구소 소장에 선임된 조태현 상무는 “시장조사와 브랜드 개발을 통해 신세계의 패션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도 올해 8월 흩어져 있던 패션 부문을 하나로 합쳐 ‘GF(글로벌패션) 사업본부’를 만들었다. 롯데의 새로운 성장동력 중 하나로, 패션을 강조하는 신동빈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해외 브랜드를 발굴하는 ‘해외MD사업팀’을 만들었다. 이 팀에 소속된 11명의 바이어와 이규성 상품본부장(전무)은 시장조사를 위해 올해 이탈리아와 프랑스 출장을 3, 4차례 다녀왔다.
○ 유통망 활용한 브랜드 사업
최근 롯데백화점은 제일모직에 25년간 몸담아 온 노만장 전 갤럭시 사업부장을 GF사업본부 담당 이사로 영입했다.
노 이사는 해외 브랜드 웅가로, 랑방 등을 수입하고 캐주얼 빈폴의 여성, 액세서리 라인을 만든 브랜드 개발 전문가.
GF사업본부는 브랜드 수익사업을 위해 롯데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노 이사는 “우리 백화점에 어떤 브랜드가 어울릴까 생각하기 전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민한다”며 “시장이 원하면 로드 숍(거리 매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브랜드 사업의 선두 주자는 신세계.
자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을 통해 아르마니, 캘빈클라인, 돌체앤가바나 등 명품 브랜드를 선점해 경쟁 백화점에 매장을 냈을 뿐 아니라 80여 개 단독 매장을 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토즈를 들여와 올해 9월에는 갤러리아명품관 웨스트에도 매장을 냈다. 올해는 프랑스 캐주얼 콤투아 데 코토니에, 내년에는 이탈리아 명품 호간, 아뇨나 등을 들여올 계획이다.
○ 왜 패션인가
유통업체들이 패션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최근 수년 동안 성장동력 역할을 하던 할인점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패션사업은 자사(自社)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줄 수 있어 부가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국내 백화점의 매출 중 패션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일본 백화점은 패션 비중이 약 40%에 그치지만 국내 백화점은 60∼70%에 이른다.
이규성 현대백화점 전무는 “인기 브랜드는 고객 유인 효과가 커서 주변 점포 매출 상승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현 신세계 패션연구소장은 “백화점과 할인점 패션부문 매출만 3조 원에 이른다”며 “패션은 실질적인 매출 증대는 물론 회사 이미지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핵심 사업부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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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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