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TV는 화면만 있는 TV”

  • 입력 2005년 12월 30일 03시 06분


삼성전자의 젊은 TV 디자이너들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사무실에서 직접 디자인한 디지털 TV를 중심으로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백기 이승호 신영선 김경훈 디자이너.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젊은 TV 디자이너들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사무실에서 직접 디자인한 디지털 TV를 중심으로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백기 이승호 신영선 김경훈 디자이너. 사진 제공 삼성전자
“가장 좋은 TV 디자인은 화면만 남기고 모두 없애는 거죠.”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달은 전자제품의 기능적 차이를 크게 줄이면서 디자인을 차별화의 유일한 경쟁력으로 남겼다.

TV가 발명된 지 70년이 넘었다. 한국에서 TV방송이 시작된 지도 내년이면 50년이 된다. 그만큼 익숙해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

기존의 직사각형 일색인 TV를 어떻게 하면 독특하게 디자인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삼성전자의 젊은 TV 디자이너 4명을 만나 봤다.

○왜 TV에서 디자인이 중요할까?

디자인에서 성공한 제품만이 소비자들에게 선택돼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승호(32) 삼성전자 선임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액정표시장치(LCD) TV(아래 사진)는 2월에 출시돼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90만 대 이상 팔렸다. ‘TV는 사각형’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밑 부분을 ‘Y’자 형태로 만든 것이 주효했다. 화면 옆에 붙어 있던 스피커를 안으로 넣은 공간 절약형 TV도 그가 디자인해 6월에 내놓아 지금까지 15만 대 이상 팔렸다.

김경훈(32) 책임디자이너와 신영선(31) 선임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슬림 브라운관 TV는 2월 출시된 뒤 국내 TV 가운데 처음으로 월 1만 대 넘게 판매됐다. 560mm 정도인 기존 브라운관 TV의 두께를 기술력의 도움으로 절반 정도 줄이고 앞에서 보면 일반 평면 TV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김 디자이너는 “가장 좋은 디자인은 본질적인 것만 남기고 없애는 것”이라며 “보고 듣는 게 핵심인 TV 디자인의 본질은 화면만 빼고 모두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거실의 크기나 인테리어에 맞춰 TV를 선택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모델을 먼저 정한 뒤 거실을 인테리어하는 것도 큰 변화. 디지털 TV 등 고가(高價) 제품이 등장하면서 생긴 경향이다.

신 디자이너는 “거실은 가족구성원이 만나는 공간이고 한 집안을 대표하는 곳”이라면서 “거실 인테리어의 핵심인 TV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6년이 분기점

이들 30대 초반의 젊은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TV 가운데 5개가 지난달 발표된 세계적인 전자제품 디자인상인 ‘IF’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세계적인 히트작으로 인정받은 셈.

이들은 2006년부터 시작될 디지털 TV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기업이 10년 정도 시장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사의 TV 디자이너 20여 명이 밤낮없이 일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백기(31)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는 처음이자 마지막 소비자”라며 “스스로 100% 만족하는 디자인을 내놓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외모나 성별에 상관없이 감성적이고 때로는 소심하다고 했다. 예쁜 것, 작은 선물도 좋아하고 다소 무리가 있어도 이런 것을 소유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디자이너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로는 ‘이게 되겠냐’ ‘(네가 디자인한 것과) 비슷한 거 이미 있어’라고 이들은 귀띔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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