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은 통합은행의 존속법인이 돼 등기부상으로는 명맥을 유지하지만 일반인은 앞으로 조흥은행이라는 이름을 접할 수 없게 되는 것.
이로써 은행, 증권, 보험 등 국내 제1호 금융회사들은 사실상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조흥은행의 전신(前身)은 1897년 2월 설립된 한성은행. 1878년 일본 제일은행, 1891년 제국생명 등이 부산에 문을 열었지만 국내 자본으로 처음 설립된 금융회사는 한성은행이었다. 1943년 동일은행과 통합해 ‘조선을 흥하게 한다’는 뜻의 조흥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조흥은행은 국내 최고(最古)의 은행, 국내 최고의 법인이라는 연륜에 걸맞게 최초의 해외 지점 개점, 증권거래소 상장 1호, 금융권 최초의 노동조합 설립 등 다수의 ‘최초’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까지 국내 은행을 나열할 때 설립연도에 따라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의 순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하나 둘씩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그 순서는 의미를 잃었다.
한편 국내 최초의 보험회사는 일제강점기인 1921년 10월 조선총독부의 설립인가를 받은 조선생명보험. 1950년 한국생명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 출발했지만 6·25전쟁으로 고전하다 휴전 이후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 채 1962년 9월 면허가 취소됐다.
첫 증권회사는 1949년 11월 설립된 대한증권. 1994년 교보생명이 인수한 뒤 1995년 교보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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