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원-달러 환율이 5%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거시경제 계량모형인 ‘BOK 2004’에 환율 1% 하락을 대입해 봐도 비슷하다.
환율 하락은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이 줄어들게 한다. 이에 따라 환율이 연간 1%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당해연도에 0.07%포인트 하락하고 2차, 3차 연도에도 각각 0.06%포인트 떨어진다는 것.
경상수지도 환율이 1% 하락하면 연간 5억2000만 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수출 둔화로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반면 내국인의 해외 구매력이 커져 해외여행 및 유학 연수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환율 하락이 국민경제에 나쁜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 즉 원화 강세는 내수 회복, 체감경기 개선, 고유가 부담 해소,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 완화, 물가와 금리 등 가격변수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 급락, 정말로 큰 문제인가’라는 보고서에서 환율 하락과 수출 감소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수출은 매년 8∼31%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수출경쟁력이 더는 환율 변동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기업, 특히 대기업의 체질이 개선돼 품질로 승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이 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원화 강세는 수입 물가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달러화 약세가 대세라는 판단 외에 이처럼 환율 하락이 ‘독’과 ‘약’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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