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괜찮으시면 스윙 한번 해 보시겠어요?”
경기 용인시 신세계 이마트 죽전점의 스포츠용품 전문매장 ‘스포츠 빅10’. 테니스용품을 판매하는 김재빈(35) 씨는 아마추어 선수 출신으로 대한테니스협회가 공인한 심판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는 라켓을 판매할 때 고객의 체형과 스윙 스타일을 반드시 체크한다.
“고객님은 스윙 폭이 좁고 손목 힘을 이용해 톱스핀을 강하게 주는 스타일입니다. 고르신 라켓보다는 라켓 줄이 촘촘하고 무게중심이 가운데에 있는 제품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 씨가 권한 라켓은 고객이 처음 고른 것보다 5만 원가량 싼 제품.
“비싼 물건 사겠다는 고객을 왜 말리느냐”고 하자 “고객이 테니스를 제대로 즐기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 전문 지식이 판매 열정으로
스포츠 빅10에는 김 씨 외에도 사이클선수 출신 김정수(35), 골프 티칭프로 최준혁(32), 검도선수 출신 김종훈(33) 씨가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정수 씨는 사이클 선수로 1998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6차례 출전했다.
김종훈 씨는 검도 공인 4단으로 전국 검도대회에 20여 차례 출전한 경력의 소유자. 최준혁 씨도 1997∼2001년까지 골프 티칭프로를 했다.
경기장에서 땀을 흘린 선수 출신이기에 이들의 스포츠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김재빈 씨는 “제품 하나를 팔 때마다 테니스 동호인이 한 명 더 늘어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객이 비싼 제품만 고집할 때 난감하다고 한다.
최준혁 씨는 최근 2000만 원짜리 수입 골프클럽을 고집하는 고객을 1시간 동안 설득해 수백만 원가량 싼 제품을 팔았다. 스윙 분석기로 고객의 스윙 폼을 분석한 결과 다른 제품이 더 적합했기 때문이고 가격은 그 다음 문제였다고 한다.
● 신뢰를 판다
김정수 씨는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 자전거를 구입한 고객들과 경기 성남시의 맹산과 불곡산에서 산악자전거를 함께 탄다. 고객과 산악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을 함께 만끽하자는 것이란다.
이마트 마케팅팀 이갑수 상무는 “처음에는 운동선수 출신 판매사원들이 제대로 고객 응대를 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기우에 그쳤다”고 말했다.
스포츠 빅10은 평일 2500만∼3000만 원, 주말 5500만∼6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가장 장사가 잘 된다는 이마트 분당점 스포츠용품 코너보다 2.5배가량 많은 판매실적이다.
이들의 전문지식과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고객에게 ‘신뢰’를 심어준 결과다.
이마트는 이에 힘입어 스포츠 빅10을 스포츠용품 전문매장으로 육성해 2010년까지 12곳을 더 낼 계획이다.
이 상무는 “가격흥정으로 제품을 파는 시대는 지났다”며 “전문지식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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