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체들 쇼핑戰 나섰다

  • 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GS홈쇼핑은 지난해 말 서울 강남케이블TV 지분 51%를 1600억 원에 인수했다. 강남케이블TV 가입자는 17만5000명,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가입자는 5만3000여 명이다. 가입자당 가치를 약 179만 원으로 인정한 셈이다. 가입자가 내는 월 평균 방송 수신료가 1만8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13년은 넘어야 투자 원금을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홈쇼핑 업체들이 지역 케이블TV 사업자를 앞 다퉈 인수합병(M&A)하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는 프로그램 제작업체에서 바둑 오락 스포츠 등의 프로그램을 받아 송출해 주는 지역 단위 방송국으로 ‘SO(System Operator)’라고 불린다.》

●케이블TV, 몸값이 치솟는다

지난해 홈쇼핑 업체인 A사는 지역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했다. A사는 가입자당 가치를 80만 원으로 본 반면 케이블TV 측은 100만 원을 고집해 팽팽히 맞서다가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2004년까지만 해도 가입자당 가치는 서울과 수도권이 약 50만 원, 지방은 30만∼40만 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홈쇼핑 업체들이 케이블TV 회사 인수 경쟁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그룹의 HCN이 대구 북부방송을 인수할 때 가입자당 가치는 65만 원이었다. 당시 서울 지역은 이미 100만 원까지 상승했다.

GS홈쇼핑이 강남케이블TV의 가입자당 가치를 179만 원이나 지급한 것은 100만 가구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CJ, 현대홈쇼핑과 달리 울산방송 하나만 갖고 있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홈쇼핑 회사가 케이블TV를 사는 이유는

첫 번째는 채널 편성권 때문이다.

TV 홈쇼핑 매출은 채널을 몇 번으로 받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SBS,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에 인접한 채널을 받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매출액은 20∼3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채널 사이의 ‘로열 채널’에 들어가려면 매출 수수료를 다른 채널보다 5%포인트 이상 더 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TV 전자상거래(T커머스).

앞으로 방송 시스템이 현재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면 TV로 홈쇼핑을 보다가 즉석에서 리모컨으로 물건을 주문하거나 경매에 참여하는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매출액도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장기적으로 방송, 초고속 인터넷, 케이블TV 등 3개 판매채널을 결합해 다양한 수익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수익성은 좀 더 두고 봐야

증시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민영상 CJ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입자당 가격이 높은데도 대형 M&A가 성사되는 것은 케이블TV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T커머스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비싼 디지털TV와 셋톱박스를 갖추고 케이블 망을 디지털로 모두 전환해야 하는데 여기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협회는 T커머스 시장이 2008년까지 600억 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박종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홈쇼핑 회사들이 한꺼번에 케이블TV 사업자 인수 경쟁에 나서면서 인수 가격에 거품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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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의 SO 보유 현황
회사
(SO 지분 보유회사)
총 SO 수 주요 SO가입자
(만 명)
태광(태광산업)21개한빛아이앤비, 기남, 경기연합, 강서방송 등 283
C&M
(C&M커뮤니케이션)
16개강동, 마포, 구로, 북부, 노원, 송파 등 165
CJ
(CJ홈쇼핑)
8개양천, 경남, 가야, 마산, 중부산 등 135
HCN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
11개서초, 디씨씨, 관악, 청주, 경북, 부산 등110
큐릭스(큐릭스)7개큐릭스, 도봉강북, 노원, 광진성동 등51
동양(온미디어)5개수성, 동구, 영동, 서남, 전남동부 등 61
유진기업(드림씨티)2개은평, 부천김포 39
GS홈쇼핑2개강남케이블, 울산37
자료: 각 회사, 방송위원회, CJ투자증권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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