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魔)의 980원’
기업은 만기가 되면 미리 정한 환율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를 팔 수 있는 권리(매도옵션)를 외국환은행이나 국제 투자은행에서 산다. 환 위험을 회피(헤지·hedge)하기 위한 수단이다.
대부분 환율이 미리 정한 수준(녹아웃 포인트) 밑으로 한 번이라도 떨어지면 계약 자체가 자동 해지되는 ‘녹아웃 조건’이 걸려 있다.
계약기간 중에 환율이 녹아웃 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약정환율에 달러화를 팔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기업들은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서둘러 달러화를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989.0∼1062.4원에서 움직였지만 실질적인 거래 범위는 1010∼1030원대였다. 국내 기업들은 주로 달러당 1030원에 달러를 팔기로 하면서 녹아웃 포인트를 980원대로 잡아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구길모 과장은 “985원부터는 환율이 하락할수록 더욱더 많은 달러화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도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해 강력히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추가 하락 가능성 얼마나
6일 미국 뉴욕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14엔대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달러당 983.25원에 마감돼 서울 외환시장의 종가(988.10원)와 4.85원 차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금융감독원에 공동검사를 요청해 공동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외환거래법 시행령에는 외환시장 안정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으면 공동검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통해 투기세력의 가담 여부 등이 확인되면 곧바로 시장대응 조치에 나서며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법령에 따라 제재하게 된다.
○ 올해 환율 하락폭 세계 5위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세계 17개 주요 통화 가운데 5번째로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달러화에 대한 17개국 통화의 환율 하락폭을 계산한 결과 스위스가 1달러에 1.3167프랑에서 1.2766프랑으로 3.05% 떨어져 가장 하락폭이 컸다.
스웨덴 크로나화(3.0%), 호주 달러화(2.53%), 인도네시아 루피아화(2.44%), 한국 원화(2.32%)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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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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