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제2공단에 있는 성호철관 송재성(73·사진) 회장은 세계 배수관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세계 정복에 나설 ‘무기’는 이 회사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3층 코팅 파형(波形)강관’.
콘크리트나 강관으로 만든 기존 배수관은 외부 충격에 망가지거나 독성 물질에 부식되기 쉬워 평균 수명이 10년에 불과한 게 약점이다.
성호철관은 강관을 코팅하는 기술로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기존 제품은 강관을 합성수지인 폴리에틸렌과 변성폴리에틸렌 2겹으로 감싸 부식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 제품은 ‘에폭시’라는 분말 소재를 300도 고온에서 녹여 철판에 입히고 그 위에 합성수지를 두 겹으로 덧댔습니다.”
이에 따라 평균 수명을 5배 이상 늘렸다는 게 이 회사의 자랑이다.
성호철관은 2000년 이 제품을 개발한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 특허 22개를 따냈다. 2004년에는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미국 재료시험학회(ASTM)의 규격 인증까지 받았다.
ASTM의 인증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때를 생각하면 송 회장은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그는 “미국 심사위원들이 ‘한국의 중소업체가 이런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평소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했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기존 배수관보다 가벼워 설치 시간도 3주에서 1시간으로 대폭 단축됐다. 덕분에 비행기처럼 무거운 하중을 견뎌야 하는 인천국제공항, 전남 무안공항과 북한 개성공단,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부산 신항 등에 모두 성호철관 제품이 납품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하수관기계 제조업체인 PRD와 기술 수출 계약도 했다.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배수관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받는다. 국제적인 로열티 계약이 매출액의 3% 안팎임을 감안하면 꽤 유리한 조건이다.
송 회장은 “작년까지는 국내 영업에 머물렀지만 올해에는 하수관이 필요한 곳이라면 세계 어디라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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