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손에 골병드는 中企들 ‘환변동보험’이 예방약인데…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04분


미국에 정밀기계를 수출하는 중소기업 K사의 김모 사장은 요즘 입맛이 뚝 떨어졌다.

이달 말이면 결제대금이 들어오지만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곤두박질치면서(원화가치 급등) 원화로 환전하면 오히려 적자를 볼 지경이 됐기 때문. 김 사장은 지난해 7월 초 500만 달러어치의 수출 계약을 하면서 결제대금을 6개월 후에 받기로 했다.

계약 당시 환율은 달러당 1037.50원(작년 7월 평균). 하지만 9일 환율은 977.50원으로 60원이나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환차손으로 3억 원을 날릴 판이다. 김 사장은 “영업비용 1000만 원을 아끼기 위해 온 직원이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심정으로 일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예상 이익을 까먹고도 손해를 볼 지경”이라며 허탈해했다.

○수출 중소기업이 타격 가장 커

원-달러 환율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급락하자 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은 거의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환(換)변동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환율이 갑자기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K사처럼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수 있는 처지가 됐기 때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평균 1059원. 요즘처럼 원-달러 환율이 980원 부근에서 고착되면 상당수 수출 중소기업이 ‘적자 수출’을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신승관 연구위원은 “환변동보험 가입 등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중소기업은 사실상 모두 마이너스 수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류나 신발 등 경공업 부문의 채산성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중소기업에 비하면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다. 대기업들은 금융기관에서 환율옵션 상품에 가입하거나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고 결제통화를 유로화, 엔화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환율 변동에 대처하고 있다.

○환관리 비용은 필수 영업비용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체계적 대응을 하기는 어렵다. 은행의 옵션상품에 가입하려 해도 수출금액의 5∼10%를 증거금으로 미리 내야 하는 등 재정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이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방법은 환변동보험 가입이다. 환변동보험이란 수출계약 당시 환율(보장환율)보다 결제시점 환율(결제환율)이 떨어지면 한국수출보험공사가 환손실을 보상해 주는 제도.

예를 들어 김 사장이 지난해 7월 수출 계약을 할 때 환변동보험에 가입했다면 달러당 환손실 60원을 수출보험공사가 모두 보상해 준다. 보험가입 수수료율이 가입 금액의 0.02%이므로 104만 원의 비용으로 3억 원을 아낄 수 있는 셈.

그러나 환변동보험마저 들지 않아 환위험에 속수무책인 수출 중소기업이 여전히 많다.

수출보험공사 노병윤 환변동관리팀장은 “환변동보험에 가입하는 중소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출 중소기업의 70%는 여전히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환변동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것은 보험료 부담과 함께 환율이 올랐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

노 팀장은 “마케팅이나 해외 판로 확보도 중요하지만 환관리에 드는 비용을 필수 영업비용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1인당소득 ‘환율 착시현상’…내년쯤 2만달러시대 올수도▼

10일 한국은행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이르면 2007년경 2만 달러가 될 전망이다.

1인당 GNI는 명목 GNI를 매년 7월 1일 현재 인구로 나눠 계산한다. 국제간 비교를 위해 미국 달러화(연평균 환율)로 표시한다. 1인당 GNI 계산에 필요한 변수는 인구, 경제성장률 전망, 물가상승률, 원-달러 환율 등이다.

이 가운데 환율이 예측이 가장 어렵고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른 변수가 그대로라도 요즘처럼 환율이 하락하면 1인당 GNI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생긴다.

실제로 새해 들어 9일까지 1인당 GNI는 원-달러 환율 급락에 힘입어 570달러 늘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3분기(1∼9월) 명목 GNI는 584조269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연평균 환율이 11.7% 하락한 덕분에 달러화 표시 1인당 GNI는 연간 16% 가까이 늘어난 것.

올해는 1만8000달러 안팎에 이르고 내년에는 2만 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

한은 민성기 조사총괄팀장은 “내년 1인당 GNI는 1만9000달러 후반이 될 것”이라며 “환율이 더 떨어지면 2만 달러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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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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