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대는 외환시장…증시도 감기?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12분


《달러당 원화 환율이 새해 들어 크게 떨어져 98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2003년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였으니 3년 만에 원화가치가 20% 가까이 오른 셈이다. 환율 1000원 선이 무너졌을 때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980원 정도로 잡았다. 그리고 실제 환율이 980원 선까지 빠르게 하락하자 주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9일까지 비교적 견고한 모습을 보였던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 모두 10일 들어 하락폭을 키웠다. 환율 하락은 증시에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한 ‘두 얼굴의 사나이’ 같은 존재다. 과거처럼 무조건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쌍수를 들고 반길 만한 호재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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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 강세는 경기 활황 때 찾아온다

환율 하락은 일반적으로 증시에 악재로 알려져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구조다. 그런데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 증시에서는 환율 하락이 증시에 큰 악재가 아니라는 주장이 많다.

환율은 한 국가의 경제적인 능력을 보여 주는 지표다.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좋아져 무역 흑자가 많아지고 경제가 발전하면 원화는 강세를 보인다.

실제로 과거 수출이 급증하며 호황을 누렸던 1988년과 1995년 모두 원화는 강세를 보였고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요즘의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그만큼 좋아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걱정할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개별 기업을 살펴봐도 원화 강세는 ‘대단한 악재’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지금 한국 기업은 과거처럼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채산성이 뚝 떨어지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들의 품질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2003년 이후 환율이 계속 떨어졌는데도 한국 기업의 수익성은 꾸준히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 투자심리 악화 땐 출렁일 가능성

하지만 환율 하락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환율이나 주가, 금리 등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거시 지표들은 한 번 추세를 타면 한동안 그 추세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환율 하락이 추세로 자리 잡으면 국내 경제 상황에 맞는 적정 수준 이하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투자심리가 나빠져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말 이후 국내 증시에 조정다운 조정이 없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으로 마침 증시가 쉬고 싶었는데 갑자기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절묘한 타이밍 때문에 환율 하락이 증시에 쉬어가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

한국투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짧은 기간에 너무 빨리, 너무 많이 하락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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