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임기 후반 핵심 정책과제의 하나로 추진하는 ‘참여형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의 방식과 일정 등 구체적 내용이 처음 확인됐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정당, 시민단체, 지역주민을 참여시켜 전국적인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지난해 이미 이 계획을 5월 지방선거용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어 지방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정부의 ‘참여형 도시 만들기 추진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시가지 확산 위주의 양적 성장에 주력해 온 도시들을 환경, 도시미관, 문화를 고려한 도시로 바꾸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구체화한 국토연구원의 종합연구보고서를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참여형 도시의 3대 핵심 개념으로는 △어울려 사는 건강한 도시(‘삶터’) △일하기 좋고 활력 있는 도시(‘일터’) △여유 있고 문화적인 도시(‘놀이터’)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르면 상반기 중 대통령 직속 ‘참여형 도시 만들기 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새로운 도시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계획을 수립해 지원을 요청하면 심사해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청회를 거쳐 관련법을 올해 상반기 중 정비한 뒤 연내에 몇몇 도시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각 지자체는 민간이 참여하는 ‘참여형 도시 만들기 추진센터’를 설립해 지역 전략을 마련하고, 마을 단위로 ‘주민 협의체’를 구성해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에 ‘참여형 도시 육성 계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을 열린우리당과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정부 방침에 대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도시환경 수준을 높이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자칫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통령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이 방안을 보고받고 “콘셉트를 잘 살려서 내년 지자체 선거 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적절한 시점이 되면 당에서 주도하는 모양이 되도록 할 것이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선거 개입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문서로 요약하다 보니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또 행정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벌여 놓은 상황에서 재정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인 단국대 조명래(趙明來·도시지역계획학) 교수는 “선진국에서 주민참여형 도시 개발이 성공한 것은 오랜 지방자치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못하면 노무현 정부식 ‘새마을운동’이라고 할 이 계획은 자칫 정치적 슬로건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건설교통부 이재영(李宰榮) 국토균형발전본부장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연구 중”이라며 “행정도시 등 국토균형발전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지방선거 등과는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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