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의 ‘참살이 특집’ 기사에 소개된 공기청정기 때문에 어린 아들이 천식에 걸렸다는 주장이었다. “천식을 일으킨다는 공기청정기를 왜 지면에 소개하느냐”는 것이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막막했다.
의사들은 “천식은 먼지진드기 꽃가루 기후 습도변화 약물반응 및 기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다”며 “의사들에게도 천식은 원인규명과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질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지 독자는 “공기청정기 때문에 아들의 천식이 발병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사연을 자세히 들어 보니 그 독자가 사용하는 어휘며 논리가 귀에 많이 익었다. 며칠 전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이 일부 공기청정기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것이 기억났다.
짐작하건대 독자는 그 프로그램을 보고 아이의 천식도 공기청정기가 일으킨 것으로 믿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독자가 사용했다는 공기청정기는 프로그램에서 문제 삼은 20여 년 전에 개발된 모델이 아니었다. 또 그 프로그램에서조차 “안심하고 써도 된다”고 밝힌 최신형 공기청정기였다.
기자는 자식 키우는 아버지의 심정이 돼 봤다. 내 자식이 아플 때 기자와 아내는 이성적으로 사고(思考)하지 못한 적이 많다.
40도가 넘는 고열 때문에 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사가 아이의 혈관을 찾지 못해 양 손과 양 발등에 모두 6차례 바늘을 찔렀을 때, 바늘을 빼앗아 의사의 손등 발등을 똑같이 찔러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제야 그 독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독자에게는 명쾌한 대답이 필요했던 것이다. ‘왜 우리 아이 기침이 멈추지 않을까’ 하고 궁금하던 차에 한 방송사가 공기청정기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하자, 독자는 그것으로 의문을 풀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기청정기가 좋은 기능도 가졌겠지만 이제 자녀 가진 부모들은 이 제품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을 것 같다.
공기청정기 업계는 연구개발을 통해 명예 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도 좋지만 사용상 주의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소비자 편에 서서 제품을 소개하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다.
나성엽 경제부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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